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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인 육상선수 러년, 올림픽팀 최초합류등 화제
시드니 올림픽이 목전에 다가왔다.
올림픽이 열릴 때 마다, 우리는 초인적 의지로 신체적 결함을 극복한 선수들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듣게 된다. 이런 면에서,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하는 5,000미터 육상 미국대표선수 말라 러년은 단연 주목을 끄는 선수다.
러년은 거의 앞을 볼수 없을 만큼 눈의 시력이 안좋다.
사실, 의학적으로 그녀는 맹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러년은 지난 7월 미국 올림픽육상대표팀 선발전 1500미터 종목에서 3위를 차지, 맹인으로서는 사상최초로 미국올림픽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그녀가 대표선수에 선발된 것은 하나의 기적이었다.
러년은 대회 6주일전에 고질적인 무릎부상이 도져서, 5주간은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했다. 원래, 러년은 여자 7종경기 선수였으나, 3년전 중거리 육상선수로 전환했었다.
일단, 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기는 했으나, 러년의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무리를 하며 선발전에 참가한 댓가로, 훈련하는데 계속 지장을 받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2년전 유능한 코치 마이크 맨리와 갈라선 뒤, 체계적인 훈련도 많이 받지 못했다.
따라서, 오는 9월 27일 열리는 올림픽 1,500미터 1차전에서, 러년이 최상의 기량을 보이기는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년은 현재 자신의 몸이 75%정도 가동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신임코치 매트 로너간은 50%정도 수준을 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
러년에게 있어서, 무릎부상과의 투쟁은 자신의 시력을 앗아간 슈트트가르트 눈병에 이은 제 2라운드의 싸움이다.
러년은 지난 22년동안 시력 20/400 상태로 살아왔다.
평상시, 그녀는 물체를 희미하게 감지할 수 있을 뿐이며, 트랙에서 달릴때도 상대선수들의 윤곽만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그러나, 러년은 초인적 의지로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해 왔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철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현실을 수용하고 존경한다. 항상, 긍정적인 자세를 견지하며, 주어진 상태로 훈련에 최선을 다해왔다"
그렇다고, 러년이 인생에 달관한 도사처럼 살아왔다는 말은 아니다. 때로는, 현실에 좌절하고 분노에 휩싸인적도 많았다.
"그러나, 비관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나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말 것이다. 무릎부상은 또 하나의 장애물에 불과하다"
러년은 자신있게 말한다.
러년의 투혼과 불굴의 의지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맹인인 레이첼 스코드리스는 모델이자 장거리 육상선수다. 지난해 여름, 스코드리스는 아버지 제리와 함께 TV를 통해, 세계육상선수권전에 출전한 러년을 처음 보았다.
러년을 처음 본 순간, 스코드리스는 소파에서 넘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러년이 할 수 있다면, 나도 세계챔피언이 될 수 있다"
그녀는 이렇게 소리쳤다.
두 사람은 지난해 가을부터 이메일을 시작해고, 올 8월에 서로 만나 경기장에서 달리기를 함께 했다.
러년의 시력에 처음으로 이상이 감지된 것은 아홉 살 때의 일이었다.
언제부턴가 교실 칠판에 적힌 글자를 읽기가 어려웠으나, 의사들은 좀처럼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녀가 퇴행생 유전병인 슈트트가르트 눈병 진단을 받는데는 거의 2년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처음 한 동안, 러년은 자기 방에 틀어박혀 흐느끼며 인생을 비관했다. 그러나, 그녀는 불굴의 의지의 소유자였다. 러년은 실의의 와중에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고, 수영, 달리기, 축구 등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했다. 또, 엄마나 큰 글자로 써준 책을 읽으며 공부도 계속했다.
러년은 3년전 중거리 육상선수로 전향한 이후, 지난해 팬아메리칸 대회에서 데뷔경기를 가졌다.
처녀출전한 이 대회에서 그녀는 1,500미터 종목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주위를 놀라게 했다. 현재, 그녀의 개인 최고기록 4분 5초 27은 1,500미터 종목에서 미국 스포츠 역사상 15위의 호기록이다. 올해도, 그녀는 지난 3월 미국 실내 3,000미터 육상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고, 여세를 몰아 5월에는 5,000미터 선수권에서 15분 07초로 우승했다.
러년은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 훈련부족 상태로 참가하게 된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식을 러년보다 더 즐기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녀는 지난해, 스페인 세빌에서 벌어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의 감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번에 2000년 올림픽이 개최되는 시드니 올림픽 스테디엄은 11만명을 수용하는 초대형 경기장이다.
"11만명이라는 엄청난 관중들이 환호하는 경기장에 들어서는 느낌이 어떨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러년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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