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천식, 앨러지 많아
주변 정리를 즐기지 않는 ‘게으른’ 사람들에게 지난 여름은 최고의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여름내 TV를 통해 위생과는 거리가 먼 외딴 섬에서 살아남는 이들을 지켜보는 동안 영미 학자들은 이와는 다른 지저분한 이야기를 부각시켰다. 일반 가정내 세균과 먼지는 면역시스팀 개발에 중요하므로 어느 정도 더러운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었다.
최근 부각되는 소수의 연구는 청결에 대한 미국인의 강박관념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학자들은 가정 위생에의 집착과 발전이 천식, 습진, 건초열과 알레르기 증상의 증가에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고 신종 세균 출현에 길을 열어줬다고 바라본다. 터프츠 의과 대학 ‘적응 유전학 및 약물저항 센터(AGDRC)’ 디렉터 스튜어트 레비 박사는 "우리는 수백만년간 인간이 적응해 온 박테리아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결과는 불길하다"고 말했다.
인디애나 대학 인간개발과 가정학 교수인 로버트 빌링엄은 깨끗한 방 자체도 과대평가 된다고 믿는다. 그는 "부모는 자식들에게 깨끗하게 잘 정돈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으면 좋은 부모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지저분한 아이들이 단정한 아이들보다 건강이 나쁘거나 성공적이지 않다거나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애리조나 대학 학자들은 지난주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서 ‘어려서 가정 내 일반 세균과 감염에 노출되는 아이들은 6세 이전에 천식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했다. 또 자기보다 나이 많은 형제 자매가 있거나 6개월이 되기 전 탁아소에 가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건강했다.
결과는 최근 우리가 충분한 먼지와 세균에 노출돼 있지 않다는 논쟁, "위생 가설"에 대해 유리한 근거를 제시했다. 1980년대 학자들은 천식이나 알레르기가 미국 등 일부지역에선 현저한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이유를 설명할 방법을 연구했었다. 가장 분명한 설명은 산업화된 선진 사회의 오염물질이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가 예상치 못한 패턴을 발견했다. 전 동독이나 중국처럼 오염이 심한 곳의 천식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깨끗한 서독이나 홍콩보다 낮았던 것이다.
덴버 소재 ‘전국 유대인 의학 연구 센터 (NJMRC)’ 소아 천식 전문가 앤드류 리우 박사는 "유아기에 감염이나 일부 환경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것이 오히려 보호 효과를 가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불결한 도시 아이들이 독소가 많은 환경에서 자라면서 면역 시스팀도 올바른 방어 기제를 개발하는 반면 청결한 도시의 말끔히 정돈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독소에 대항하는 방어 기제를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천식이 발생하는 것이다. 리우 박사는 "면역시스팀은 두뇌와 비슷하게 발달된다"며 "어려서 배우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며 면역 반응에도 반드시 배워야할 결정적 시기가 있어 자라난 후에는 이를 따라잡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더 위험한 것이 요즘 유행하고 있는 항박테리아 제품들이다. ‘미 질병학회(DSA)’는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현재 유통되는 비누의 거의 절반이 항균물질을 함유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레비 박사는 일부 항균제품은 비효율적이며 특히 반복 사용하면 박테리아에 면역만 키워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근거로 지난 여름 ‘미국의학연합(AMA)’는 항균제품에 대한 정부 규제를 제안했다.
지저분함과의 전쟁은 오랫동안 사회적, 도덕적으로도 연루되어왔다. 미국에서는 더러움이 엄청난 사회적 오명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먼지 쫓기: 미국인의 청결추구(Chasing Dirt: The American Pursuit of Cleanliness)’의 저자인 역사학자 술렌 호이는 집안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은 위생뿐만 아니라 동화의 문제라며 "[집을 말끔하게 유지하는 것은] 얼마나 미국인이 되고 싶어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였다"고 적고 있다. 초기 개척자들이 설립한 생존을 위한 기본 위생 기준은 재빨리 지위와 사회적 유동성의 표시로 발전, 남부의 가난한 가정은 더러운 바닥을 쓸고 닦았고 뉴욕의 이민자들은 셋방 건물의 구석구석을 병원 수준으로 청소했다. 단정하게 정리된 방과 티끌 없는 바닥은 미국적 신화의 이정표가 됐다. 호이는 "청소를 깨끗이 하면서 사회적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뉴욕 주립대 스토니 브룩 캠퍼스의 역사학과 낸시 톰즈 교수는 세균에 대한 현재의 공격 역시 역사의 계속이라고 본다. 세균에의 공포는 1900년대 형태를 갖추기 시작, 증가하는 이민과 여행을 통해 더욱 커졌다. 요즘의 세균에 대한 강박관념은 AIDS의 출현에서 시작됐지만 지나치게 커졌다는 톰즈는 "새로 출현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이해하지만 이같은 두려움을 뒷받침할 공중보건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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