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문을 열게 될 할리웃의 가을과 겨울시즌에 상영될 영화중 지금 영화인들과 팬들의 지대한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홍콩 무술영화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이다.
대만 태생의 앙 리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한국에서는 이미 개봉됐고 미국에서는 오는 10월9일 뉴욕 영화제 폐막작품으로 선보인다(미국내 극장상영은 12월8일). ‘와호장룡’은 19세기 중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액션 러브스토리로 홍콩의 탑스타들로 할리웃에 진출한 주윤발과 미셸 요가 주연한다.
타임지가 가을·겨울시즌의 넘버원 영화로 선정한 ‘와호장룡’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와 우수가 깃들인 예술적 무술영화의 서사극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치열한 칼싸움과 주인공들이 벽을 타고 달려 올라가 지붕 위를 훨훨 날아 넘는가 하면 마치 원숭이들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비행하며 눈알이 돌아가는 무술을 연출, 지난 5월 칸영화제서 상영됐을 때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갈채를 받았었다.
영화의 마법성을 실감케하는 옛날 스타일의 흥미진진한 액션영화이자 드라마로 한 때 한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왕우의 외팔이 시리즈나 ‘용호문’ 같은 영화를 상상해 보면 될 것이다. 리 감독은 영화의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주위의 권고를 뿌리치고 만다린으로 녹음했다.
나는 리 감독을 지난 97년 그의 영화 ‘아이스 스톰’과 관련해 단독 인터뷰한 적이 있다. 외유내강형의 그와 영화와 그의 삶에 관해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눈 끝에 결론으로 물은 것이 리 감독의 다음 작품이었다. 이에 대해 리 감독은 우선 남북전쟁에 관한 영화 ‘악마와 달려라’(이 영화는 흥행서 실패했다)를 만든 후 ‘와호장룡’을 감독하겠다며 제목을 한자로 써 보여 주었었다.
리 감독은 그 때 “이 영화는 나의 웨스턴이자 사무라이 영화가 될 것”이라며 “내가 진짜 남자 감독이라는 소리를 한번 듣게 될 것”이라면서 기대감에 들떠 있었는데 그의 과거 작품들이 거의 모두 가족의 의미를 찾는 드라마들이어서 자신의 이미지를 한번 바꿔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했었다. 리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는 예술로서만 국한돼서는 안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와호장룡’이야 말로 그가 이 소신대로 만든 영화임에 분명하다.
‘와화장룡’은 리 감독이 대만 사람인데다 컬럼비아가 제작비의 일부를 대 엄격히 말해 완전한 홍콩영화는 아니지만 제작팀과 배우 및 영화의 장르와 스타일이 모두 홍콩 것이어서 홍콩영화라 부를 만하다.
그런데 올 들어 미국서 활동하던 홍콩감독들이 귀국해 고향에서 자신들의 과거 주특기를 살린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고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스탠리 통과 추이 하크 및 피터 챈 같은 홍콩감독들은 90년대 후반 홍콩영화산업이 붕괴되면서 할리웃으로 진출했었다.
재키 챈 주연의 ‘브롱스의 난투극’을 만든 통 감독은 할리웃에서 디즈니를 위해 코미디 ‘미스터 마구’(97)를, 하크 감독은 장-클로드 밴담 주연의 ‘더블 팀’(97)과 ‘노크 오프’(98)를 그리고 챈은 스필버그의 아내 케이트 캡쇼가 주연한 로맨스 드라마 ‘연애편지’(99)를 각기 만들었으나 이것들은 모두 흥행서 실패했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의 귀국 이유를 할리웃의 변덕에 대한 염증과 아시아 경제 위기 후 다시 홍콩영화산업에 투입되는 자금 및 홍콩영화계의 특성인 미친 듯한 에너지와 못 만들 영화가 없다는 식의 이곳 문화풍토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내세우지 않았으나 이들의 할리웃 영화가 미국비평가와 관객들로부터 모두 외면 당했다는 사실이 통 감독 등이 귀국하게 된 또다른 요인. 할리웃 진출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두 중국 감독 존 우와 앙 리가 할리웃을 떠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통 감독은 귀국해 현재 상해를 무대로 한 중국 경찰대 밀수단과의 대결을 그린 액션영화 ‘차이나 특공대’를 촬영 중이며 하크 감독은 그의 클래식 ‘주, 마법의 산에서 온 전사들’의 속편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챈 감독은 최근 어플러즈 픽처스를 설립하고 범 아시안 영화를 제작할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통 감독 등의 귀국 이유야 어쨌든 이들의 귀국 타이밍이 마침 최근의 홍콩영화산업의 재기와 맞아 떨어져 본인들은 물론 홍콩영화계도 홍콩영화의 제2의 황금기를 이뤄보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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