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서퍼 출신 해양학자 리차드 그릭 하와이대 교수
서핑 문화가 처음 소개되기 시작했을 무렵인 35년전 서부 해안에 살았던 젊은이들에게 ‘리키 그릭’은 선망의 이름이다. 하와이 파이프라인에서 처음 서핑을 시작한 리키 그릭은 무용수처럼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채 보드를 타고 30피트 높이의 파도를 낫처럼 날카롭게 헤치며 포탄처럼 강하게 파도속을 뚫고 나가는 것으로 유명했었다.
그 옛날 이름을 날리던 서퍼들이 사업가, 무숙자로 변신하거나 사망했지만 63세의 ‘릭 그릭’은 여전히 바다와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가 파도를 즐기던 하와이 해변에서 고작 1마일 떨어진 하와이 대학의 해양학 교수이며 특히 산호초 연구가 전문으로써, 해면이 아닌 해저를 탐구하는 학문의 길을 걸어왔다.
바다는 언제나 그에게 즐기고 연구하는 대상이었다. "파도타기는 나를 바다에 대한 끝없는 지식의 추구로 이끌었다. 바다는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존재였다"라고 말하는 그릭은 아침이면 연구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파도타기 리포트를 찾아본다. 오후에는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서핑을 즐기며 3,000 피트 해저 잠수를 통한 산호초 연구로 생각에 잠긴다. 호눌룰루 외곽, 바다를 굽어보는 자택에는 그가 1971년 처음 발견한 건조된 금빛 산호초 옆에 1967년에 1등상으로 받은 듀크 초청 서핑대회 트로피가 놓여있다. 연구실에서 그릭은 하와이 생명의 역사 해독을 위해 산호초의 나이테를 세어본다. 자택 패티오 서까래에 얹힌 낡은 서핑 보드 14개는 한편 그릭 자신의 인생역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물품들이다.
바다의 표면에는 파도가 쳐도 깊은 바닥은 고요하듯 그릭에게 세상의 모든 것은 이원성을 가진다. 바다에 대한 그의 사랑도 그랬다. 그는 파도타기를 좋아했지만 어머니는 그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믿었고 그는 결국 바다를 연구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1970년대 그릭은 하와이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음을 발견했다. 하와이의 빅 아일랜드를 벗어나면 심해의 화산구가 있는데 이곳에서 분출하는 용암덩어리가 산맥으로 변해 해저면에서 연 4인치 정도씩 성장하며 물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로이히라고 명명된 1만2,500피트 높이의 섬도 현재 만들어지고 있지만 정상은 아직도 수면 3,000피트 아래에 있으며 아마도 5만년은 지나야 수면 위로 나오게 될 것이다.
또 하와이의 다른 섬들은 물속으로 침강하고 있으며 산호는 죽고 섬의 꼭대기들도 무너져 없어지다가 마침내 지각의 태평양판이 아시아 대륙 밑으로 움직여 들어감에 따라 지구중심의 용핵으로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릭은 선박, 항공편, 잠수정과 연구팀을 이용해 4,000마일에 걸친 하와이제도를 태평양 중부의 산맥을 생성하고 파괴하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와 연결시켜 이해하느라 5년을 보냈다.
자크 쿠스토가 사라져간 1980년대 이후 바다를 일반에게 친숙하게 알리는 사람이 없어졌다. 물론 타이태닉호를 찾아낸 탐험가 밥 발라드나 보존학자 실비아 얼처럼 알려지는 사람도 있지만 무척 드물다. 특히 우주의 칼 세이건과 같이 바다에 대한 통합된 시각을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은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바다의 본질을 간과하기 때문에 오키나와의 태풍으로 발생한 구름이 프랑스 보르도의 포도알에 물을 주는 비가 되어 나중에는 포도주병에 들어가 사람 입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한다.
그릭은 기본적으로 "해양자원은 인류가 사용해야 한다. 인간은 해양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은 매우 도덕적"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에게 문제는 바로 "어떻게"라는 점이다. 오늘날 환경론자들은 지나친 물고기 수획, 공해, 기후 변화에 기인, 바다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바라본다. 길게 보면 이들의 주장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릭은 이들이 먼저 생각해야 할 점과 그들이 논쟁을 펼치는 방법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릭 자신도 환경의 미래를 밝게 보진 않지만 그는 사람들이 분명한 근거없이는 논거의 신빙성을 잃는다고 일침을 가한다. 예를 들어 1971년에 쿠스토는 "10년내로 바다의 물고기는 모두 없어질 것"이라고 예언했었으며 한세대 전 과학자들은 태평양의 산호 멸종을 경고했었다. 당시에 갑작스레 산호를 먹어치는 불가사리가 폭증했기 때문이었다. 두가지 모두 적중하지 않았다. 그릭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인구이다. 인구가 불어나 그 욕구를 다 충죽시키지 못할 때 벌이질 재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생물들은 다 살아남을 것이지만 인류만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고 무겁게 말한다.
그래도 아직 거리의 휴지통을 굴릴 만큼 무역풍이 세게 부는 날이면 그릭은 다이아몬드 헤드 동쪽 개펄 너머 물 속에서 춤추는 파도를 탄다. 남쪽 물결이 서서히 출렁대기 시작하는 날이면 그릭은 느리고 완벽한 파도를 쫓는 풋내기 서퍼들과 섞여 와이키키에서 구식 롱보드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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