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 하면, 대개 샌프란시스코가 꼽힌다.
샌프란시스코는 그림같은 해안풍경, 금문교, 그리고 전통이 물씬 베어 있는 빅토리아 풍의 건축양식 등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요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괴물주택, 일명 "몬스터 홈"들이 등장하면서 주민들의 첨예한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들어, 하나 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몬스터 홈들은 건평 6,000여 스퀘어 피트, 높이가 웬만한 5층짜리 건물에 맞먹는다. 문제는 이들 괴물주택들이 샌프란시스코 고유의 외관을 파괴한다는 점이다.
’일반주택의 링컨 네비게이터 판’이라고 할 수 있는 괴물주택들은 특히, 베이 지역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들 주택을 조롱하여 부르는 명칭도 가지가지다.
스타터 캐슬, 맥맨션, 블록버스터, 에디피스 렉스 등등.
괴물주택 퇴치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스티브 니첼슨은 주장한다.
"몬스터 홈들이 역사적인 빅토리아풍 주택들과 한세기 전 색조들이 조화된 샌프란시스코의 고유한 특성을 모독하고 있다"
당초, 니첼슨은 이 운동을 베이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했으나, 곧이어 범 샌프란시스코 시민운동으로 점화되었다.
최근, 시청에서 열린 한 공청회에는 수백명의 주민들이 참석했으며, 여세를 몰아 이들은 괴물주택 퇴치운동을 정치세력화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들은 또, 자체 웹사이트를 제작하여 투쟁전략을 수립하고, 타도시들의 유사한 그룹과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50세의 니첼슨은 이 운동을 계기로, 하룻밤 사이에 마취사에서 강력한 민중운동 조직가로 변신했다.
요즘,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괴물주택 반대운동 조직화 지원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여름휴가마저 취소하는 열성을 보였다.
니첼슨은 마치 선출직에 출마한 정치인처럼, 선전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기금모금운동을 주도한다. 그리고, 밤마다 청문회에 초대되어 연설을 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시감독관 마크 리노는 말한다.
"그들중 대부분은 실제로는 천성적으로 운동과는 거리가 먼 중산층주민들이다. 그러나, 사안 자체가 워낙 예민하고 중요해선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부류의 민초들이 나서서 똘똘 뭉치고 있다"
괴물주택 이슈는 단지 샌프란시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샌호제이, 산타크루즈, 팔로 알토 등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들 도시들은 신축주택의 사이즈와 디자인에 관한 시조례를 담은 포스터를 게시한다. 그리고, 일단 주택신설이 허가된 지역에는, 사전 공식통보를 해서 주민들에게 반론기회를 허용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사안이 첨예하게 부각되는 곳은 샌프란시스코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양식에 매력을 느껴 이곳으로 이주했다. 많은 주민들은 괴물주택이 자신들의 생활양식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느낀다"
리노는 말한다.
이 문제는 심지어, 시정부의 관료사회마저 양분시켜 놓은 양상이다.
관료들은 괴물주택 개발 프로젝트 건수를 놓고서도 설전을 벌인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과장되어 있다. 기껏해야, 샌프란시스코 전체의 괴물주택은 20여동에 불과하다"
도시계획국 멤버인 헥터 친칠라는 주장한다.
이에 대해, 리노는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우리집 주변에서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만 해도 십여건에 이른다"
주민들은 괴물주택 신축붐의 이면에는 첨단기술로 떼돈을 번, 소위 닷컴 백만장자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갑자기 불어난 재산을 주체하지 못한 졸부들이 으리으리한 집짓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샌스란스시코내 많은 괴물주택들이, 실리콘 벨리로의 교통접근성이 양호한 지역에 신축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반대운동가들은 또한, 보다 심각한 문제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치졸한 장사속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즉, 한건을 노리는 개발업자들이 도시의 미관은 안중에도 없이, 괴물주택 신축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업자들은 괴물주택이 "전세용, 노부모와의 동거용, 모기지 지불에 유리한" 차세대 주택이라고 선전한다.
괴물주택의 무지막지한 크기뿐만 아니라 소유자들의 오만한 태도도 많은 주민들을 자극하는 요소다.
"그들은 상대방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은채, "내가 짓는 집이 당신한테 피해를 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대화 끝" 하면 그만이다"
니켈슨은 분통을 터뜨린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계획국이 건축허가를 내주면, 주민들은 30일안에 반대의사를 접수시켜야 한다. 만일, 소유주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는, 주민들이 개발업자들을 상대로 항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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