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사람들
▶ 수의사 출신, 최연소 원장이지만 포부는 원대
금요일의 채 9시도 되지 않은 아침이지만 워싱턴 국립동물원의 신임 원장 루시 스펠먼(37)의 머리속은 해야할 일들로 가득하다. 오늘 초음파 검진을 받을 임신한 코끼리 샌티가 사는 ‘코끼리 집’에서 낡은 기계 공룡을 없애야 하고 팔이 두군데나 부러진 흰 얼굴 긴팔 원숭이 베일리의 접합 수술도 해야하고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오랑우탄 펜시가 사는 ‘영장류의 집’에도 곧 들려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한 후원자가 샌티의 초음파 검진에 맞춰 도착할 예정이기 때문에 영접도 해야 한다.
지난 9월, 동물원 근무 5년만에 수의과장에서 동물원장으로 승진한 스펠먼은 본래 마취 전문가지만 중책을 맡은 후 각종 기금을 모으고 기부자들을 기쁘게 하는 일도 그녀의 임무가 됐다. 오늘 방문할 독지가를 위한 특별 대우에는 독지가의 아이들을 위한 동물원 안내, 초음파 검진에 관한 설명, 유인원 집으로의 방문등이 포함돼 있다.
스펠먼에게 시간은 항상 빡빡하다. 오늘도 두시간 내로 차가 도착하면 그녀의 새 상관인 스미스소니언 과학부 차관 오코너를 만나 올 가을 중국서 자이언트 팬더 두 마리를 데려올 항공편 협찬 건을 협의해야 한다. 또 코끼리 낸시의 발 통증 완화를 위해 타이레놀을 주문해야 한다. 9,000파운드나 나가는 낸시는 통증 때문에 500밀리그램짜리 알약을 하루에 20개씩 먹어치운다. 누군가는 오랑우탄이 치아 스케일링을 쉽게 하도록 민감성 치아 및 치주용 치약을 사러 약국에도 들러야 한다.
무엇보다도 코끼리 집에는 우스꽝스런 기계 공룡이 오랫동안 주변 경관을 해치고 있다. 그냥 없애면 되지만 공룡이 너무 커서 발을 잘라내지 않고는 건물 밖으로 운반할 수도 없고 현재는 실행이 불가능하다. 독일 과학자들이 임신상태를 검사하러 오는 기간동안 샌티가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선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은 동물원이 캘리포니아의 하이테크 회사에서 이틀간 빌려온 초음파 검사기계로 샌티의 직장을 면밀히 조사하고 태아의 입체사진을 찍기로 돼 있다.
스펠먼의 하루는 아침 7시에 시작된다. 동물원내 교육, 행정 빌딩에 위치한 새 원장실은 아직 꾸며지지 않아서 동물병원내 옛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녀는 동물과 직원등 동물원 식구 모두의 이름을 알만큼 구석구석 익숙하고 동물원내 모든 업무를 관장하지만 아직도 동물병원에 의사들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 병원에서는 스태프들로부터 아프거나 다친 동물들의 최근 소식이나 상태가 진전되는 동물들의 소식을 듣는다. 하루종일 진료복을 입고, 이메일 기능을 가진 호출기를 차고 골프 카트를 타고 동물원을 누비지만 주말에는 ‘휴식’을 위해 50마일 정도 자전거를 타며 바쁜 일정과 상관없이 대낮에는 집에 들려 두 마리의 래브라도어 리트리버 개를 산책시킨다.
스펠먼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인 동물들의 건강을 돌보면서 동물원의 발전을 위해 모든 필요한 행정업무를 처리하는데 세심하게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스펠먼과 대화하면 왜 높은 사람들이 21세기 국립동물원을 이끌어갈 사람으로 아직 젊고 동물원 근무 경력도 짧은 그녀를 선택했는지 명백해진다. 수의사가 동물원장이 되는 것이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스펠먼은 진료복을 입고 청진기를 들고 다니며 동물 치료와 기금 모금을 위해 헌신하는 인물이다.
스펠먼의 목표는 동물원의 모든 부분을 큰 프로젝트에 맞도록 잘 조합시키는 것으로 여기에는 동물이나 전시 뿐만 아니라 수의학, 생식 생물학, 심지어 관람객의 역할까지 포함된다. 폭넓은 이해를 위해 그녀는 기증자들이 동물 수술과 번식센터/교육 기관인 ‘프론트 로열’도 방문해야 한다고 믿는다. 또 항상 동물원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한" 장소란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쉬운 것은 국립 동물원이 여러면에서 수준 높은 동물원이긴 하지만 아직 샌디에고 동물원처럼 팬다 전시 같은 많은 대규모 전시를 창출해 낼 자금이나 공간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스펠먼이 준비하는 국립 동물원의 새 팬더 전시는 1,000만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로 대부분이 개인 기부로 구성돼 있다. 스펠먼은 이번 전시가 단순히 많은 사랑 속에서 세상을 떠난 팬더 링링과 싱싱의 빈자리를 메꾸는 것이 아니라 멸종 위기에 닥친 동물 보존을 돕기 위해 "팬더 생식의 전문가들이지만 예방 의학을 더 배울 필요가 있는" 중국 의사들과 정보를 나누는 기회다. 또한 팬다에게 보다 자연스러운 환경을 제공하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포괄적인 경험을 하도록 이끄는 계기이다. 즉, 중국인, 스미스소니언, 수의사, 직원, 큐레이터 모두가 관련된 작업이다.
동물원만을 오롯이 생각하는 그녀에 대해 ‘프론트 로열’의 생리학자 재닌 브라운은 "루시는 과학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동물과 연구진과 그들이 하는 일,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해 지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진실로 헌신적이며 아마 이 모두를 성취할 에너지까지 가졌을 것이다"라고 평가한다.
샌티의 검진을 보겠다던 기부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검진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초음파 검사에서는 임신 5개월인 샌티의 뱃속에서 크고 있는, 귀와 코와 다리가 알아볼만큼 자라난 11.6센티미터짜리 새끼가 모니터에 나타났다. 그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스펠먼은 다른 목표들도 계속 점검한다. 동물원 입구에는 사자석상과 관람객의 수를 측정할 기구가 필요하다.
국립동물원은 입장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방문객 수를 알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금이 항상 문제인데 혹시 코끼리 우리에서 끌어낸 기계 공룡을 경매하면 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해서 스펠먼의 일거리는 자꾸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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