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미궁속에 빠져있던 박춘희씨 의문사 사건에 CID(미 육군부 산하 범죄수사대)가 뛰어들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CID는 14일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버지니아주 경찰 7구역 청사에서 수사경찰로부터 사건 경위 및 수사 진전사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유족들을 만나 1차 조사를 벌였다. 박씨의 남편 남학호씨와 친정오빠인 박춘동씨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CID요원들은 박씨 사망의 동기가 될 만한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날 조사에서는 주미대사관 조현동 영사, D.C. 평화나눔공동체 대표인 최상진 목사 그리고 통역을 맡은 김명희 워싱턴 가정삼담소 이사도 참석,“사건의 진상을 조속히 밝혀달라"는 유족들과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주 경찰과의 공조하에 주한미군 CID와 합동수사를 펼칠 계획이라고 밝힌 육군부 CID측은 수사의 방향을 택시기사인 아슬란 타놀리씨와 박춘희씨의 직장인 제20지원단과 관련된 인물들에 다각도로 맞출 방침이다.
특히 박씨가 제20지원단에서 자금을 맡아온 점을 중시, 돈 문제를 둘러싼 갈등 그리고 이성간의 치정문제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에따라 합동수사팀은 우선 운전기사를 금주중 소환해 3차 조사를 벌이며 사고택시에 대한 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또 주한미군내 CID측과 공조 수사를 통해 박씨 죽음과 관련된 더 많은 한국내 증인을 확보한 다음 수사의 폭을 좁힌다는 복안이다.
미군 관련 범죄를 특별수사하는 CID가 박씨 사망사건에 뒤늦게 개입한 것은 이번 사건이 한미간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이번 사건을 방치할 경우 매향리 사건,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등 일련의 주한미군 관련 문제로 최근 한국내에서 불고있는 반미 감정이 악화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한국측 인사들은 보고 있다.
이와함께 CID가 뛰어든 것은사건 수사의 방향이 자살보다는 주한미군이 관련된 타살 가능성쪽으로 무게를 두고 기울었다는 점을 의미한다.“자살할만한 특별한 동기가 발견된 게 없다"는 이날 수사 관계자의 말도 벽에 부닥친 수사가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타살에 혐의를 두고 박씨과 연관을 맺고있는 인물들을 캐는 길밖에 없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다.
수사요원들은, 비록 함구하고 있지만 박씨가 택시안에서 전화를 건 직장상사인 샌드레이 맨씨가 이번 사건에 어떤 방식으로든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맨씨는 대구에 소재한 미 8군 제20지원사령부(일명 캠프 워커)의 Financial Manegement Division 디렉터인 군무원. 줄여 FMD로 부르는 이 부서에서 맨씨는 사령부내 예산과 재정부문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수년째일해왔다.
반면 박씨는 89년 이 부대내 힐탑 올 뱅크스 클럽(레스토랑) 웨이트리스로 출발, 90년 사무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94년부터 FMD에서 예산담당 직원으로 근무해왔다. 이 부서에서 박씨의 주업무는 부대내 클럽과 골프장의 멤버십 회원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맨씨와 박씨의 관계는 친숙한 편이었으나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일반적인 관계의 범주를 넘어선 특별한 흔적은 없었다고 주위에서는 보고 있다.
한편 경찰 수사팀은 사고현장에서 발견된 남자용 안경이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보고있으나 정밀조사를 마친 후에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운전기사와 택시에 대한 2차조사에서도 기사에 의한 범행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으며 특별히 주목할만한 머리카락이나 지문등도 차체에서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차체 조사결과“뒷좌석에서 자살할려면 손님이 문을 열 수도 있다"고 말해 여전히 자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음을 내비쳤다.
합동수사팀은 뚜렷한 단서도 목격자도 없어 어려움을 겪고있는 이번 사건수사가 단기간에 끝나기는 힘들다고 보고 몇차례 더 시신에 대한 정밀 부검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박씨가 차안에 두고내린 수첩에서 핏자국이 발견됨에 따라 사건해결의 중요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DNA조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6주가 걸리는데다 CID의 한국 관련 수사에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박춘희씨 의문사 사건 수사는 어차피 장기화될 전망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