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나라꽃, 무궁화가 남가주 도처에 만발해 있다.
지금부터 10월말까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연보라와 분홍색 아니면 흰색의 무궁화의 장관을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오렌지 카운티 가든그로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20여년전에도 로스앤젤레스 길가를 지나며 집앞에 핀 무궁화를 본 적은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한인들이 여기저기 심어가고 있어서 남가주에 무궁화 벌판이 생길 정도다.
무궁화가 나에게 특별한건 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그것이 지닌 상징 때문이다.
미국 성조기의 “스타스 앤 스트라이프”처럼 “영원의 꽃”이라는 뜻의 무궁화는 한인의 불굴정신을 대표한다.
우리 한인들은 주체성을 표현하는데 무궁화를 널리 사용해왔다. 애국가, 학교 교가, 단체나 정의실현 운동 타이틀에 이 꽃이름을 써온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제의 식민통치 시절, 독립운동 활동에 이 이름을 써서 일제 당국의 박해를 초래, 무궁화꽃이나 꽃이름 쓰는것을 금지당하기도 했었다.
일제박해가 끝나고도 반세기가 훨씬 지난 며칠전, 필자는 로스앤젤레스와 오렌지카운티에서 피고 있는 무궁화꽃 구경을 나서봤다.
나의 행락은 같은 교회 신자가 준 전화로부터 시작됐다. 코리아타운의 자택 뒷마당에서 손수 키운 오이를 갖다 먹으라고 해서 그 집에 들리게 됐었다. 드라이브웨이에 차를 세우고 나오는 순간 나는 그 집앞 무궁화 나무에 그만 압도됐다.
지붕에 닿을 정도로 큰 나무엔 어린아이 주먹만한 연보라-진분홍의 무궁화가 만발해 있었다.
“10년 정도 됐을거에요,” 집주인 테레사 김씨가 말했다. “저의 대녀되는 분이 씨앗에서 싹튼것이라고 묘목을 갖다 줬어요. 8센티 밖에 안됐는데, 그 이듬해부터 꽃이 피더군요,”라고 하면서 손질이 간단해서 매일 물주고 늦가을마다 가지만 쳐준다고 덧붙였다.
한번 피면 2, 3일 가고, 질때는 깨끗하다고 했다. “꽃잎이 흐트러지거나 퇴색되는일 없이 꽃송이 자체가 돌돌 말려져, 땅에 똑 떨어지지요.”
김씨는 묘목을 준 사람의 남편이 가드닝을 하는, 이 재춘씨이며 이씨는 지난 20여년간 미국땅에 무궁화를 수백그루 심고 배부해 왔다고 알려줬다.
이씨 집에 가보니 그야말로 무궁화 재배와 감상의 시범장소였다. 널직한 뒷마당에 묘목을 기르고 있고, 집 앞뒤로 곳곳에 무궁화가 피어 있으며, 드라이브웨이는 집 추녀에 닿도록 크게 자란 무궁화가 담장을 이루고 있었다.
1982년부터 로스앤젤레스에 무궁화를 심어온 이씨(66)는 소년 시절부터 무궁화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간직해 왔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소식을 듣던날, 그는 할아버지가 자기를 뒷마당에 데리고 나가서 “이것이 무궁화란다”라고 지적해준 것을 잊지 못한다.
“일제가 금지했던 무궁화를 할아버께서 그제야 맘놓고 알려주신거죠.”
이씨는 1982년 산페드로에 있는 ‘우정의종각’ 공원에 가보고 무궁화를 심고 싶었으나 공원당국의 비협조로 뜻을 못이뤘다. 대신 로스앤젤레스 한인 성당에 심기 시작했다.
필자는 코리아타운지역 한인 성당 3군데羈볍瀏물磁? 성바오로, 성아그네스祺?가봤다. 크고 탐스럽게 자란 무궁화들이 활짝 피어, 주위의 장미, 자스민, 향나무들과 아름답게 어울려 있었다.
‘우정의 종각’ 공원에 무궁화를 심으려는 이씨의 꿈은 아주 사라지지 않게 됐다. 10년후, 무궁화를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서 그가 못한 것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1995년 가든그로브에 사는 노 수복씨가 종각 주변에 무궁화 심는 것을 공원당국으로 부터 허락을 받아 ‘한미수교 1백주년’ 기념으로 한국정부가 기증한 종각에 새로운 의미를 더했다.
노씨는 다른 무궁화 애호가들과 함께 ‘범미주 무궁화 협회’를 탄생시켰고, 지난 6월엔 가든그로브 시당국으로부터 1.5에이커의 부지를 받아 무궁화를 키워서 일반에게 무료로 나눠줄 수 있게 됐다. 그는 10월경에 무궁화단지가 일반에게 공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가든그로브시가 무궁화운동을 지원하게 된 것은 하루아침에 실현된게 아니었다.
‘우정의 종각’ 프로젝트 이외에 다른 여러 업적이 인정받은 때문인데, 그 하나는 가든그로브에 있는 한인상가로 그 주차장에는 수백 그루의 무궁화 나무가 활짝 피어 있다.
2에이커나 되는 상가 주차장을 돌아보니 마치 한국에 온듯했다. 늦은 아침 미풍에 춤추는 꽃물결을 보면서, 우리의 사랑스런 무궁화를 받아들이고 지원해주는 시당국이 고마웠고, 아낌없이 키워주는 캘리포니아 토양이 더욱 따뜻해져 왔다.
한반도를 떠나 이 세상 다른 어느 곳에서 우리는 미국서 처럼 무궁화를 만끽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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