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최저임금인상안은 지난달말 연방의회 공화당이 최저임금을 인상하자고 나서고 클린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다시 세인의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지난 7일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까지 인상 논쟁에 합세했다.

임금인상이라면 전통적으로 반대입장을 취했던 공화당이 인상안을 들고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사실 공화당의 주장은 다른 감세안과 묶어 ‘패키지 딜’(package deal)을 하자는 것. 클린턴 대통령이 공화당의 주장을 놓고 ‘빛 좋은 개살구’라고 몰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화당의 최저임금 인상안과 함께 싸잡아 통과시키려는 감세안이 부유층만을 유리하게 해 결국 최저임금 인상안이 저소득층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FRB의 입장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실업률이 크게 높아지지 않고서는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게 된다"는 것. FRB는 "최저임금과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지 않는 실업률’(NAIRU)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90년대 인플레이션이 낮았던 것은 최저임금이 낮았기 때문으로 현재 NAIRU는 4.5~5.5%이나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에는 6.5%까지 높아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공방의 근거는 간단하다. 공화당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 결국 근로자들이 실질적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클린턴 행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현재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풀타임 근로자 1,000만명의 연수입이 2,000달러 늘어나는 실질적 혜택을 입는다고 주장한다.

백악관이 최저임금 인상론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놓은 연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6~97년 최저임금을 인상했을 때 1,1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이에 따라 실업률도 1996년9월 5.2%에서 2000년6월 4%로 떨어졌다.

이 부분에 대한 인상 반대론자들의 해석은 "경제활성화의 덕택으로 실업률이 떨어진 것일 뿐 경기가 식기 시작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결과를 더욱 똑똑이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지지론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제러드 번스타인 같은 사람들은 "요즘 계속되는 미국의 호경기가 사상 최장기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 근로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빈부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야말로 미국 경제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라면서 ‘미국의 상위 20% 고소득층의 평균소득이 하위 20% 저소득층의 평균소득의 10배에 달한다’는 통계를 내세워 이같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각성을 꼬집는다. 실제로 지난 70년대부터 심각해진 미국 사회의 빈부차의 심화는 지난 80년대말부터 90년대말에 이르는 동안에도 계속돼 이 기간에 전국 50개 주의 3분의 2에서 빈부차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최저임금인상이 빈부차 해결을 위한 지름길인 것만도 아니다. 이같은 입장에 선 사람들은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을 받는 직업을 가져도 그 직업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생각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실질적으로는 모든 근로자의 임금이 인상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이 과연 근로자 전체의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은 각 주가 노동조합 관련법을 어떻게 시행하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연방정부의 최저임금 보다 높게 주정부의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는 주는 캘리포니아를 비롯, 10개 주이다. 6개주는 주정부 최저임금이 연방정부 최저임금 보다 낮으며, 7개주는 주정부의 최저임금법이 따로 없고, 나머지는 주정부 최저임금과 연방정부 최저임금이 같다.

주정부 최저임금이 연방정부 최저임금 보다 높을 경우에는 주법이 우선하며, 낮을 경우에는 연방법이 우선한다. 연방법이 우선함에도 불구하고 주법에서 연방법 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는 이유는 연방법이 특정 분야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안은 이미 연방 상하원을 각각 통과해 양원 법안조정위원회가 동일한 법안을 만들고 있는데다 클린턴 대통령이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금액도 법안과 같은 시간당 6달러15센트이기 때문에 조만간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