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인이 살고 있는 LA에서 열릴뿐 아니라 1세와 2세 단체로 양분돼 있던 한인 민주당 협회가 통합되는등 활기를 되찾고 있는 시점에서 있게 돼 한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인 민주당 대의원들과의 좌담을 통해 이번 대회의 의미와 대선 전망등을 들어 봤다.
참석자: 강석희 한미 민주당협회장
앤젤라 오 변호사
-지난 번 필라델피아 전당대회에서 부시는 ‘다른 면모의 공화당원’을 내세우며 소수계를 끌어 안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인 대의원수도 가주에서만 7명으로 민주당의 2명보다 훨씬 많습니다. 어째서 한인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죠.
▲앤젤라 오: 공화당의 소수계 끌어 안기는 선거 전략용으로 겉포장에 불과합니다. 무대에는 흑인등 몇몇 안되는 소수계가 올라가 판을 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대의원의 83%는 백인입니다. 모든 수식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백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입니다.
▲강석희: 그렇습니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 대의원중 히스패닉은 3%, 흑인 6%, 아시안은 2% 미만으로 소수계는 미미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대의원 소수계 구성분포는 히스패닉과 흑인이 10%가 넘는등 거의 미 인구에 비례합니다. 가주에서는 한인 공화당 대의원수가 이례적으로 많았지만 전국적으로는 한인 민주당 대의원수도 10명선으로 공화당과 비슷합니다. 대의원수만으로 누가 진정으로 소수계를 위하느냐를 따지는 것은 곤란합니다.
-부시 후보는 텍사스에서 히스패닉등 소수계들로 부터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시는 어떤 후보보다 자신이 친이민자적이라고 내세우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앤젤라 오: 부시가 다른 공화당 지도자에 비해서는 친이민자적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공화당 주류와 부시 지지자들 가운데는 반이민적 정서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장 반이민적이며 반아시안적인 팻 뷰캐넌 같은 인물이 얼마전까지 공화당원이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이민을 지지해 왔습니다. 1965년 이민 개혁법도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민주당 행정부가 통과시킨 것입니다. 이 법이 없었더라면 오늘처럼 한인들이 대거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LA처럼 여러 인종이 모여 있는 곳에 사는 한인들은 잘 모를수도 있지만 캔사스, 조지아등 타지역을 여행해 보면 아직도 인종차별이 얼마나 뿌리 박혀 있는가를 실감할수 있습니다. 공화당은 이런 약자들의 설움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강석희: 말로만 소수계를 위한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소수계를 위해 많은 일을 했는지 살펴 봐야 합니다. 공화당이 한인들을 필요로 할 때는 오직 돈을 걷어 갈 때뿐입니다. 공화당 정권하에서 한인들이 실제로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오른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앤젤라 오: 클린턴행정부는 역대 어떤 정권보다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을 요직에 기용했습니다.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인 해롤드 고씨와 법무부 민권담당차관보 서리인 중국계 빌 랜 리가 대표적인 케이스지만 연방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지방정부와 당내 고위직 인사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한인이 예상외로 많습니다. 빌 랜 리가 아직도 서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이유는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가 인준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계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한인을 소개해 주시죠.
▲앤젤라 오: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고위 보좌관인 필립 윤씨도 한인으로 상당히 올라간 케이스입니다. 가주 정부 공보관을 맡고 있는 데이빗 채씨가 한국계이고 민주당 서부지역 소수계 리쿠르트 책임자인 코트니 퓨, 고어 선거 캠프 정책 자문을 하는 로렌 최 모두 한국계입니다. 최초의 아시안계로 워싱턴 주지사가 된 게리 록(역시 민주당입니다) 밑에서 통상장관으로 있는 마다 조도 한인 2세입니다. LA 지역만 해도 시검찰, 카운티 검찰할 것 없이 모든 민주당 정치인들은 한인 보좌관을 두고 있습니다. LA 주요 정부 기관중 한인 보좌관이 없는 유일한 곳은 공화당인 리오단이 앉아 있는 시장실입니다.
▲강석희: LA 정당대회 기조 연설자의 하나는 해럴드 포드라는 30세의 흑인 청년입니다. 26살 때 연방하원에 최연소 당선된 후 급부상하고 있는 정치 신인입니다. 중장년층 일색의 공화당에 비해 이렇게 젊고 참신한 인물을 기용했다는 것도 민주당의 미래지향적 태도를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정책면에서 고어와 부시를 비교하면 어떻게 다릅니까.
▲강석희: 부시가 가장 앞세우고 있는 것이 대대적인 감세안입니다. 총 2조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깎아 주자는 것인데 그 수혜자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 아니라 인구의 1%도 안되는 부유층입니다. 앞으로 몇십년 후면 소셜 시큐리티 재원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를 탄탄히 할 생각은 않하고 세금부터 깎자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부시 진영에서는 개개인이 소셜 시큐리티세중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도록 해 수익률을 올리자는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앤젤라 오: 지금은 주식시장이 호황이지만 언제까지 호황만 계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개인의 노후가 걸려 있는 은퇴자금을 등락이 심한 주식에 투자토록 하는 것은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유리했던 교육 문제에 관해서도 부시는 학교선택권 부여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문제에 관한 고어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앤젤라 오: 공화당만 교육 개혁을 찬성하고 민주당은 이에 반대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고어도 차터스쿨등을 통한 교육개혁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 혼란이 올수도 있으니까 점전직으로 결과를 봐 하자는 것뿐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변화가 오리라 보십니까.
▲앤젤라 오: 그렇습니다. 지금 남북대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클린턴행정부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 정책을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훨씬 보수적인 부시와 대외적으로 강경파인 체니 팀이 집권할 경우 남북관계가 껄끄러워질수 있습니다.
-방금 고어가 코네티컷 출신 연방상원의원인 조셉 리버맨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부통령 후보로 리버맨을 골랐다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석희: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그러나 사상 처음으로 유대인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는 점에서 마이너리티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봅니다.
-고어를 대통령으로 뽑는 것은 스캔들로 얼룩진 클린턴 행정부의 연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강석희: 그런 면에서 리버만을 선택했다는 것은 의미가 깊습니다. 리버만은 르윈스키 사건이 터졌을 때 민주당 의원중 가장 강력히 클린턴을 비판한 사람입니다. 고어가 클린턴 쪽의 반감을 각오하고 클린턴 비판자를 러닝메이트로 택했다는 것은 깨끗한 정치를 펴겠다는 고어의 소신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지도자로서 두사람을 비교하면 어떻게 다르다고 보십니까.
▲앤젤라 오: 비교가 안됩니다. 부시는 처음부터 아버지덕으로 성공한 사람입니다. 비즈니스할 때도 몇번 곤경에 처했으나 아버지 친구들의 도움으로 번번히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이번에 대통령 후보가 된 것도 자신의 힘이 아니라 당내 실력자들이 그렇게 정한 것입니다. 부시는 주어진 원고를 읽을뿐 길게 연설하는 법이 없습니다. 혼자 얘기 하게 놔두면 곧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지껄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고어는 환경부터 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정책의 모든 부문을 꿰뚫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적 능력면에서는 비교가 안됩니다.
-지금까지는 여론조사에서 고어가 부시를 앞선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과연 11월 선거에서 고어가 이길수 있을까요.
▲앤젤라 오: 지금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공화당 전당대회 영향이 큽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면 상당히 달라질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여름까지는 선거에 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여론조사는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시드니 올림픽이 끝난 후에야 미국정치에 눈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강석희: 10월 TV 토론회가 결정적 역할을 하리라 봅니다. 토론에서 부시는 고어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토론장에서 부시의 진면목이 드러나면 그의 인기는 추락할 것입니다.
-고어가 집권하면 한인사회에서는 어떤 변화가 예상됩니까.
▲강석희: 첫째, 우선 한인들의 고위직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입니다. 둘째, SBA 융자등 소수계를 위한 각종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강화될 것입니다. 고어는 소수계 저소득층이 사는 일부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 면세등 각종 혜택을 주는 안을 확대할 계획이어서 사우스 센트럴등 소수계를 상대로 장사하는 한인들도 득을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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