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내 ‘자연발생적 노인 커뮤니티’ 크게 증가할 전망
매주 화요일 오후 한시면 어김없이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셰리 파크 아파트 주민 20여명은 아파트 파티 룸에 모인다. 긴 탁자에 앉은 83세의 프리다 라우어는 지난해 남편이 59세로 사망한 후 파킨스 병을 앓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74세의 일레인 디스카운트는 어깨에 쇼올을 두른 채 따뜻한 오후 휠체어에 앉아 낮잠을 즐긴다. 89세의 레스 코완은 시각장애자이면서도 매주 골프를 마치자 마자 이 시사토론에 참여한다.
셰리 파크의 벽돌 건물 284 유닛에는 60세 이상의 노인이 253세대나 거주한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노인 아파트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다. 입주자들이 그곳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자연히 노인 밀집 지역이 되어 소위 ‘자연발생적 은퇴 커뮤니티(NORC)’가 됐다.
셰리 파크 주민들은 병원에 가는 차편이나 출장 미용사, 개인 도우미 서비스를 손쉽게 얻는다. 층마다 모니터 네트워크가 있어 이웃집 문앞에 너무 오래 신문이 놓여있는지 같은 일에 눈을 떼지 않는다. 토론 그룹서 마작까지 다양한 액티비티 스케줄을 마련하여 노령에 흔한 우울증과 고립에서 벗어나도록 노인들을 집밖으로 끌어낸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화하고 수명이 계속 연장되면서 앞으로 30년쯤 후에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노인들은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자기 집에 살기를 원한다. 양로원과 노인 복지 시설들은 곧 공급부족 현상을 빚을 전망이므로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 더 적합하리라고 생각한다.
1997년 셰리 파크에 입주, 현재 세곳의 클리블랜드 동부 교외 아파트 단지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옵션’의 목표도 이것이다. 클리블랜드 유태인 공동체 연합이 실시하는 이 프로그램의 디렉터 르네 베리는 "우리는 때를 잘 맞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NORC 프로그램의 존재는 미미하다. 대개의 공동체엔 존재하지도 않으며 가장 먼저 맨해튼 지역에 설립된 프로그램은 겨우 10년여 됐다. 연방정부의 지원은 없고 뉴욕주에서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자선 단체, 소규모의 정부 기금및 개인 건물주의 호의에 힘입어 NORC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서는 열두곳의 센터 시티 코압 주민들이 사회사업가를 고용, 가정 간호, 영양전문가와 이동 ‘노인심리상담’ 팀에 연결됐다. 시카고의 오랜 비영리 기관인 ‘메트로폴리탄 가정 봉사’는 ‘푸른 섬’이라고 불리는 노동자 계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매사추세츠 일부 지역서는 공공주택 당국이 직원들에게 사소한 응급상황을 대비, 노인들을 위해 밤샘근무를 하며 당뇨환자의 혈당이 수직강하할 경우 움식을 구해다 주고 기온이 떨어졌을 때 스스로 창문을 닫을 힘이 없는 사람들의 창문을 조절을 돕도록 지시했다. 워싱턴 지역의 비영리기관 ‘이오나 노인 봉사’도 2년반전 조사에서 주민의 절반이 노인인 건물이 24동이나 됨을 발견, 이후 해당 건물 매니저들에게 허약한 세입자들에게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하게 했다.
셰리 파크가 소재한 린드허스트 같은 지역은 베이비 부머 세대가 나이들어 정착할 때면 전 국적으로 나타날 바로 그 모습이다. 린드허스트 주민의 4명중 1명은 65세 이상이다. 현재 이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두배나 놓은 수준이지만 30년후면 평균이 될 것이며 그때쯤이면 80세 이상 인구는 현재의 두배인 거의 190만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NORC 프로그램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관해선 공식적인 증거가 거의 없다. 수혜자가 더 오래 살고 정신적 건강을 잘 유지하며 필요한 경우, 자연스럽게 양로원으로 옮겨가는지 등의 문제가 체계적으로 연구한 바 또한 없다. 하지만 셰리 파크의 주민들은 커뮤니티 옵션의 등장 이후 911 이용이 줄었다. 아파트 단지를 소유한 부동산회사 역시 노인주민들의 정착률이 25%가량 향상됐다는 입장이다. 정신없고 지루한 노인들의 전화가 쇄도하던 관리 사무실도 조용해졌고 욕조가 넘치는 일도 줄었다.
현재 커뮤니티 옵션이 4개 아파트에서 펼치는 사업의 연간 예산은 25만달러로 노인 거주 아파트당 250달러꼴이다. 보통 양로원의 연 체재비용이 5만6000달러인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이 프로그램에는 자조 정신이 깔려있다. 주민들은 대부분의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커뮤니티 옵션은 주민들의 자긍심 향상을 위해 모든 활동에 약간의 돈을 받는다. 또 종종 같은 아파트에서 수십년간 함께 살았지만 서로 모르고 지내던 이웃들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낸다.
많은 주민들은 이를 고마워 한다. 노인들은 원하지 않는 대안인, 바로 길건너에 있는 양로원과 노인복지 시설 ‘스톤가든’에 대해 늘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아들의 고집 때문에 프리다 라우어는 남편 사망 몇주후 스톤 가든의 입주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사갈 생각은 전혀 없다. 가사보조원도 있고 이웃들이 야채나 빵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묻기위해 들리는 이곳에서 매달 열리는 독서회에서 지적 동무를 만나는 즐거움에 사는 교사출신 라우어는 "내 스스로 활동하는 것이 바로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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