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밀입국현장 블레인 - 벤쿠버를 가다
캐나다에서 미국 세관을 통해 들어오는 입국절차는 생각보다 훨씬 삼엄하고 까다롭다.
세관원들은 미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캐나다 밀입국을 시도하는 경우보다 월등히 많다고 말했다. 세관원들은 밀입국이 많은 것을 감안, 동양인에게 훨씬 까다롭게 질문을 한다.
폴 포먼 캐나다 국경세관 수사관은 "의외로 미 시민중 캐나다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람이 많으며 특히 미국서 범죄를 저지르고 캐나다로 도피하려는 미국인들이 주를 차지하고 있다"며 "캐나다 입장에서는 캐나다에서 교통사고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마약 밀매에 연루된 사람들을 꺼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미국 세관 관계자는 여권과 기자를 대조한 후 운전면허증까지 보자고 한 후 자동차를 렌트했느냐, 캐나다 방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질문했다. 기자가 기자 출입증(Press Card)을 보여주며 캐나다를 잠시 취재차 방문했다고 말을 하자 그때야 경계를 풀고 미국 입국을 허용시켜 주었다.
오로빌과 마찬가지로 이곳 블레인도 차량 입국을 위한 검문소를 제외하고는 국경다운 분위기는 전혀 풍기지 않았다. 어떤 지역은 2미터 간격의 잔디를 사이로 미국과 캐나다쪽 2차선 도로가 같이 가고 있었다. 크레익 레인 요원에 따르면 캐나다쪽에 밀입국자들을 태운 차량과 미국쪽에 있는 차량이 타이밍을 맞춰 순간적으로 정지, 밀입국자를 교환하고 사라지는 수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 레인은 "이같은 미국 밀입국자들의 교환은 불과 몇초만에 이뤄지기 때문에 순찰요원이 이를 목격하지 않는 한 적발하기가 불가능하다"며 "밀입국 브로커들이 국경수비대 차량이 있으면 밀입국을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순찰시에는 일반 승용차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의 또다른 주요 루트는 과수원을 통한 도보 밀입국. 이쪽 지역의 농가에서는 많은 농가들이 나무딸기와 딸기를 기르는데 사람 크기의 이들 나무가 밀입국자들을 숨기는 데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기자와 동승을 하고 있으면서 수상한 카고밴이 한 대 지나가자 그는 즉시 밴의 차량번호 조회를 요청했으며 운전자가 인근 도시인 벨링헴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순찰차에는 샷건과 야밤에 밀입국자를 찾기 위한 야간 투시장비가 순찰차 지붕 위에 설치돼 있는데 그는 "야밤에 야간 투시장비를 보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눈이 반짝거리는데 밀입국자보다는 사슴등 야생동물인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블레인 구역 국경수비대는 워싱턴주 해안부터 내륙지방과 해안선 등 약 150마일 지점을 관할하고 있지만 이쪽 지역에 배당된 요원은 불과 70여명에 불과하다. 블레인 구역 안에서는 본보 취재진이 방문한 블레인과 린돈 국경검문소를 비롯해서 모두 5개의 지서가 있다.
존 베이츠 블레인 구역 부국장은 "특별히 경계를 강화하지는 않았지만 올 2000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밀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된 한인들이 2배 이상 늘었다"며 "밴쿠버 밀입국 루트가 포함된 블레인 구역에서만 10월부터 지금까지 20건 시도에 101명이 체포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블레인 구역 데이브 켈러 정보담당자는 "94년 한국과 캐나다간 무비자 입국제도가 실시되면서 95년부터 한국인들의 캐나다를 통한 밀입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한국인이 무비자로 캐나다를 6개월까지 방문할 수 있어 각종 이유로 미국 비자를 못받은 사람들과, 특히 한번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람은 기록이 남아 있어 계속 밀입국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의 비자 거부율이 높아 미국 무비자 입국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유야 어찌됐던 일부 몰지각한 한국인 밀입국자들과 이들을 안내하는 브로커들로 인해 한국인 전체의 캐나다 밀입국이 거부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어느 나라나 정치인들은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조환동 특파원, 시애틀 지사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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