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턴 이스트 세컨드 스트리트의 세컨드 에버뉴 아래쪽에 보이는 두 개의 철제대문 뒤에는 대부분의 보행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비밀의 정원이 있다.
아마, 이들 보행자들이 고급 대리석으로 깔린 정원의 밑바닥 지하에 2,060구의 유골이 안치된 뉴욕 마블 묘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랄 것이다.
최근, 이 묘지의 공동소유주들은 지난 1909년 이래 처음으로 지하묘지의 장래를 의논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중 대부분은 납골당 원주인들의 3, 4대 후손들로서, 가문의 족보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납골당의 유해들은 대부분 영구 안치된 것들이나, 일부는 지상묘지 자리가 나기까지 일시대기 상태인 것들도 있다.
보존위원회 멤버들은 지하납골당의 실태를 조사한 다음,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관리부실로 인하여 사방의 벽들이 침식되었을 뿐 아니라, 어떤 납골당들은 위패가 심하게 부식되어 유골의 신원을 확인하기조차 힘들었다. 게다가, 전기전화 회사들이 가설한 각종 케이블이 여기저기 통과하는 모습도 눈에 뛰었다.
이 대책모임에서, 23년간 이 단체의 고문으로 활약해 온 건축가 피터 루커는 마블 묘지의 복원비용을 100내지 150만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납골당의 공동소유주들은 이미 30만달러를 조성하여, 상태가 심하게 훼손된 지하의 일부 벽과 통로들의 수리공사에 착수했다.
마블 묘지의 0.5에이커 정도의 부지 지하에는 총 156개의 납골당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이 납골당들은 미 의회 의사당과 세인트 패트릭스 성당의 건축재료와 동일한 고급 터카호 마블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 지하 공동묘지는 1830년 맨해턴에 황열병이 창궐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맨해턴 거주자들이 황열병의 전염을 우려하여 시신들을 지하에 매장하기 원했기 때문이다.
그후 1840년대, 많은 가족들은 지하 납골당의 유해들을 브루클린에 있는 보다 시골풍의 지상 공동묘지에 이장했다. 이 지하 공동묘지에 시신이 마지막으로 매장된 것은 1937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소유자들은 본인이 원할 경우, 하시라도 이곳에 시체를 매장할 수 있다.
30년대 황열병이 창궐했을 때, 이곳 지하묘지에 매장된 사람들은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마블 묘지에는 주로 돈 있는 상인들, 변호사들, 상선 소유자들의 유해가 안치되었다. 반면에, 최상층의 뉴요커들은 교외지역의 개인묘지에 매장되었다.
이 지하묘지 매장자들 중에는 몇몇 유명인사들의 이름도 끼어 있다.
그중, 제임스 몬로 대통령은 일시적으로 이곳에 매장됐었었다. 또, 54번 납골당에는 훗날 뉴욕 하스피털로 발전한 너서리 & 차일드 하스피털을 설립한 메리앤 드브와가 묻혀있다. 그녀는 반벙어리로서 평소에 수화와 노래로 의사소통을 했었다.
또, 120번 납골당에는 열렬한 남부독립 신봉자였던 조지 더글라스가 묻혀있다.
그는 남북전쟁을 전후하여, 메릴랜드 주정부의 자치권이 복원되지 않으면 평생 턱수염을 깎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결국, 더글라스는 1869년 죽을 때까지 얼굴에 면도기를 한 번도 대지 않았다.
한편, 115번 납골당에는 세 명의 밴윅 자매들과 차례로 결혼한 오바디아 홈즈의 유해가 묻혀있다.
그 중, 첫 두 자매는 이 지하묘지가 설립되기 전에 사망했고, 마지막으로 제인이 1830년에 사망했다. 홈즈는 자신의 아내들이었던 세 자매의 유해를 이 납골당에 함께 안치한 것으로 믿어진다.
이 밖에도, 마블 지하묘지에는 미국 플라이 낚시의 대부인 테어도어 고든, 미국 토목계의 아버지 벤쟈민 라이트, 그리고 뉴욕 유일의 독립당원 출신 시장이었던 아론 클라크의 유해도 묻혀있다.
한편, 마블 묘지의 이사중 한 명으로서, 지하묘지의 관리 및 복원에 앞장서 온 앤 브라운 여사는 그 동안, 인터넷을 통하여 매장자들의 후손찾기 운동을 펼쳐왔다.
그 결과, 이 묘지 매장자들의 3,4대 후손들 중 조상의 성을 따르는 사람들이 불과 3%에 불과하다는 재미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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