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남성 체육 협회가 스롯 머신으로 번 돈 1만 9천 7백불을 미국 최초의 여성 골프 협회인 WPGA에게 기부해 1946년 US 우먼스 오픈이 창립 될 수 있었다. WPGA는 자본 부족으로 해체되고 이어서 LPGA가 창립됐지만 US 우먼스 오픈은 ‘메이저 대회’로 남아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처음에는 프로 여성 골프 세계를 선수 11명이 지배했으나 참여자들의 수가 1953년 37명, 1976년에는 205명으로 늘고 1998은 최고 기록인 925명이 US 우먼스 오픈에 우승의 꿈을 가지고 나섰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해가 1998년일 것이다. 10만명이 넘는 기록적인 관중들 앞에서 박세리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공을 치면서 여성 골프의 매력을 과시했다. US 우먼스 오픈의 특징을 느끼게 한 해였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LPGA는 다양한 인종의 여성 골프 프로들을 환영하고 키워줌으로서 민권운동과 인종차별에 앞장섰다. 미국의 PGA는 "백인 전용"조항을 1930년대 초에 소개하고 1961년까지 없애지 않았다. 그러나 1950년에 창립된 LPGA는 처음부터 프로 골퍼들을 피부색이나 인종으로 차별하지 않았다.
인기 선수 베티 힉스는 1944년 WPGA (프로 여성 골프 협회) 창립 회의를 시카고에서 가지면서 그 당시 골프 사회와 미국 사회를 앞서가는 역할을 했다. WPGA 헌장에 "프로 멤버와 트레이너는 백인이어야 된다고 명기하는 언어를 쓰지 않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 본인의 이름이 인쇄된 종이에 힉스는 공동 창립자인 엘렌 그리핀, 호프 셍니유스등과 함께 백인전용 내규대해 "이러한 제한들은 차별적인것으로 미국 스포츠 정신의 이상을 위배한다"고 썼다. 백인이 아닌 사람을 골프계에서 동등하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힉스는 빨갱이로 불리기도 했다.
"만약 여성 프로 골프 협회가 미국 공식 남성 골프 협회인 PGA의 차별정책을 따른다면 중국계 하와이 선수 제키 정 같은 선수는 멤버가 될 수 없을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앞서가는 정신으로 생긴 WPGA는 자금 부족으로 5년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1950년 여성 프로 골프 협회 LPGA가 생기면서 WPGA의 선구자적 정신을 계승 했다.
올해 LPGA는 창립 50주년을 기념한다. WPGA가 시작한 US 우먼스 오픈이 USGA측에서 정식으로 운영 하게 된지 47년이 지났다. 그러나 대회가 국제적인 규모를 갖게 된것은 영국인 로라 데이비스가 일본인 아야코 오카모토 그리고 미국인 조앤 건더선 카너와 대결했던 해 1987년이었다. 백인이 아닌 선수들의 참가가 늘고 국제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인 선수가 10명 참가한다.
지난 US 우먼스 오픈 쳄피언 13명 중 6명이 외국에서 태어 났으며 이 들 중 백인이 아닌 선수는 박세리. 여성골프에서 인종차별을 했다면 역사에 기록을 남긴 자랑스런 여성들을 멤버로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흑인 엘티아 깁슨은 테니스 선수로거 윔블던을 2번, 프렌치 오픈을 1번 이긴 뒤 골프를 시작해 최초로 1963년에 피부색 제한을 공식적으로 깨고 LPGA 투어에 참가했다. 4년 뒤에는 흑인 레네 파월도 멤버가 됐고 현재 라리 서그가 LPGA의 3번째 흑인이다. LPGA는 깁슨과 파월을 클럽하우스나 골프장에서 환영하지 않거나 불친절하게 대하면 보이콧하고 대회를 다른 곳에서 하기로 정했다. 최근에 들어와서는 대표적인 황인종 박세리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펄 신은 LPGA 보드 맴버다. 이들 외에도 백인이 아닌 선수들이 늘고 있고 LPGA에 가입된 동양인들 수는 상당하다.
LPGA는 공정한 스포츠정신을 앞서서 구현했다. PGA 투어, USGA 그리고 PGA보다는 LPGA가 거의 40년을 앞서 갔다. PGA 투어 중 백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맴버십을 주지 않는 클럽에서 한다는 것이 보통이었다. 1990년만 해도 미국 PGA 챔피언십은 백인전용 골프 클럽 숄 크릭에서 하기로 돼있었다.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남성 골프 협회도 투어를 위해 클럽을 선택 할 때 인종차별을 하는지 확인하게 됐다.
LPGA는 여성 골프 협회로서 가족과 어린이들 중심으로 동등한 골프 정신을 키우며 다양한 인종 사회의식을 고취시켜 왔다. 협회측에서 "아이들은 무료" 방침을 택하고, 또는 대회 연습 기간 중 프로모션 행사에서도 어린이들 열광하는 우상 가운데 백인이 아닌 수퍼스타들을 초대하려고 노력한다. 올해도 흑인 농구 선수 마이클 조단, 백인 선수 미쉘 믹겐 그리고 동양인 박세리등 인종이 다양하면서 인기가 많은 팀이 수천명 아이들 앞에서 연습 라운딩을 할 계획이었다.
박세리가 "대회가 중요하기 때문에 집중해야 된다"는 이유로 빠지면서 대회측에서 다른 선수를 계획하고 있다. 큰 기대를 걸었던 한인 사회 청소년들이 실망하게 됐지만 LPGA의 선구자적인 스포츠정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훈훈한 격려를 주고 있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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