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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 행동발달론 양분... 지놈지도 완성으로 다시 관심사
한국의 김병현 선풍이 불고 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기둥투수 랜디 존슨, 전설적인 NBA 스타 빌 러셀, 알렉산더 대왕, 쥴리어스 시저, 나폴레옹,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피카소, 마릴린 몬로, 오프라 윈프리, 폴 메카트니, 링고스타...
이상에서 열거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가 유명한 왼손잡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인간 지놈지도의 완성과 더불어,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결정요인을 규명하려는 연구에도 새로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한 과학적 이론은 유전자 결정론과 행동발달론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세시대 오른손잡이 전사들은 칼싸움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훨씬 더 많았다. 왼손으로 창을 잡고 심장을 방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오른손잡이들은 치명적 부상을 당할 확률이 더 적었으며, 설사 부상을 당한다 해도 왼손잡이보다 더 빨리 회복되어 전쟁터로 복귀할 수 있었다.
19세기 영국의 유명작가 토머스 카알라일이, 왼손잡이가 희귀한 이유를 중세의 전쟁관습에서 찾은 것도 결코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왼손잡이들은 자손을 번식시킬 기회가 그만큼 적었기 때문이다. 그는 동시대를 살았던 진화론의 개척자 찰스 다윈과의 논쟁과정에서 이같은 주장을 펼쳤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본다면, 카알라일의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를 결정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도 신비의 영역에 속해 있다.
사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문제는 오랫동안 해명되지 않은 과학계의 수수꺼끼였다. 그도 그럴것이, 인간의 행태 중에서 이처럼 외적으로 명백하고 근본적이면서도, 그 과학적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문제는 달리 예를 찾기 힘들 정도다.
최근 국립암기구 연구원 아마르 클라르 박사가 이 문제와 관련, 유전자 결정론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나섰다.
클라르 박사는 오랫동안 단세포생물인 효모균과 변종 쥐를 상대로 왼손잡이 유전자 확인실험을 계속해 왔다. 인도태생인 그는 DNA의 공동발견자인 재암수 왓슨 박사 밑에서 유전학을 연구하는 동안, 오른손잡이 및 왼손잡이 문제에 심취하여 평생을 이 분야에 바쳐온 사람이다.
클라르 박사는 자신의 이론을 통해서, 10명 중 9명꼴로 오른손잡이인 이유, 왼손잡이 부모들이 왼손잡이 자녀를 낳을 가능성이 큰 까닭, 그리고,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들도 오른잡이와 왼손잡이로 갈리는 이유 등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클라르 박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잡이가 될 수 밖에 없는 특수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이 이론에 따르면, 20%의 사람들은 이 오른손잡이 유전자를 결여하고 있으며, 이들이 오른손잡이 또는 왼손잡이가 될 확률은 각각 50%라는 것이다.
오른손잡이 유전자의 존재여부는 그러나 아직 확인되지 않는 가설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현재 클라크 박사는 100가족을 상대로 오른손잡이 유전자 확인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만일 실험이 뜻대로 진행될 경우, 3년 후에는 오른손잡이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캐나다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 스탠리 코렌 박사는 클라르 박사와 정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다.
코렌은 오른손잡이 및 왼손잡이의 결정여부는 유전자와 아무런 상관도 없으며, 모든 인간은 본래적으로 100% 오른손잡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왼손잡이가 생기는 것은 전적으로 산모의 임신 스트레스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즉, 산모가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을 때, 태아에 손상이 가해짐으로써 왼손잡이가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쌍둥이들 가운데 왼손잡이가 많은 이유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설명한다. 두 개의 태아가 제한한 자궁공간에서 공존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코렌 박사의 이같은 주장에는 실제적 근거가 충분하다.
왼손잡이들 중에 정신분열증, 독서장애증, 또는 말더듬이증 같은 장애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장애와 왼손잡이의 관계성이 과학적으로 규명된다면, 코렌박사의 주장은 한층 더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한편, 전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은 어느 한쪽 편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고 있다.
학자들은 클라르 박사의 유전자 결정론과 코렌박사의 행동발달론을 절충한 중간입장을 선호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코렌 박사의 주장에 더 치우친듯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일반인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재미있는 사실들도 많다.
우선, 여자들보다는 남자들 가운데 왼손잡이가 많다. 그리고, 왼손잡이 엄마는 왼손잡이 아들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또, 왼손잡이 남성들보다는 왼손잡이 여성들이 오른손을 사용하기가 더욱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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