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세번째 남편으로 타임-워너 부회장인 테드 터너와 별거에 들어간 제인 폰다(62·사진)가 잡지O 최근호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전 당시 자신의 반미활동을 후회하고 영화계 컴백을 시사, 할리웃은 이것을 그의 또 한번의 변신 시도로 간주하고 있다.

폰다는 인기토크쇼 사회자인 오프라 윈프리가 발행하는 이 잡지에서 윈프리에게 “나는 베트남전 당시 월맹을 방문, 대공포전차에 앉아 사진을 찍은 것을 무덤에 갈 때까지 후회할 것”이라면서 “그같은 행위는 내가 저지를 수 있었던 가장 가공할 것이었으며 나는 너무나 무분별했었다”고 고백했다. 폰다는 1972년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월맹을 방문, 철모를 쓴 채 월맹군과 함께 대공포전차에 앉아 마치 미군기를 향해 사격을 가하는 듯한 포즈를 취해 그 뒤로 ‘하노이 제인’이라는 별명이 붙었었다. 이 때문에 많은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은 아직까지도 폰다를 용서하지 않고 있다.

폰다는 인터뷰에서 또 자신이 침례교 신자가 되어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며 터너와의 결별이 최종적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고 1992년 터너와의 결혼 때 은퇴를 선언한 연기생활도 “마음에 드는 역만 있으면 다시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재 애틀랜타의 딸 바네사 집에 머무르고 있는 폰다는 아직까지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데 터너와의 별거이유는 터너의 바람기와 기독교를 ‘패자들은 위한 종교’라고 생각하는 터너와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폰다의 마지막 영화는 로버트 드 니로와 공연한 ‘스탠리와 아이리스’(90)라는 맹물 같은 드라마였는데 할리웃에서는 폰다가 지난 3월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한 것도 스크린 컴백을 위한 사전 포석행위로 보고 있다.

명배우 헨리 폰다의 딸로 8등신 미녀인 제인 폰다는 매우 총명하고 카멜레온처럼 변신에 능한 여인이다. 폰다는 명문 바사르대 재학중 패션모델이 되었는데 그후 프랑스의 바람둥이 감독 로저 바딤(브리짓 바르도의 전남편)의 눈에 띄어 그의 영화에 나오면서 둘은 결혼했다(바네사는 둘 사이에서 난 딸).

바딤이 폰다를 써 만든 영화로 악명 높은 컬트영화가 ‘바바렐라’(68). 프랑스 만화가 원작인 이 영화는 공상과학 섹스모험영화다. 시각적으로는 요란하나 내용은 별 것 없는 졸작인데 오프닝 크레딧에서 폰다가 보여주는 스트립티즈 장면 때문에 요즘도 비디오 대여가 잘되고 있다.

폰다는 이듬해 경제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처절한 드라마 ‘그들은 말을 쏜다’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1971년 불안에 떠는 창녀로 나온 ‘클루트’로 오스카상을 받았다.

폰다의 다음 남자는 정치적 투사였던 현 가주 상원의원 탐 헤이든으로 폰다의 월맹 방문도 헤이든의 종용에 따른 것이었다. 둘 사이에서 난 아들 트로이 개리티는 배우다. 70년대 모든 것이 정치적이었던 헤이든과 폰다는 IPC(인도차이나 평화운동)라는 제작사를 설립하고 정치성 짙은 ‘귀향’(78)과 ‘차이나 신드롬’(79) 등 뛰어난 작품들을 만들었다. 베트남전 베테런의 이야기인 ‘귀향’으로는 폰다와 그의 상대역 존 보이트가 각기 오스카 주연상을 받았고 핵발전소 사고를 다룬 ‘차이나 신드롬’의 주연 잭 레몬 역시 오스카상을 받았다.

폰다는 70년대 말 스타로서의 이미지 훼손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신체단련 몸매 가꾸기 테입과 책을 만들어 떼돈을 벌었는데 번 돈의 대부분이 좌경 정치운동을 위해 사용됐다.

배우 제인이 감정을 있는 대로 쏟아 부은 가장 중요한 영화가 아버지 헨리와 캐서린 헵번이 공연한 ‘황금호수 위에서’(81)다. 헨리는 당시 죽어가던 중으로 제인은 가족 드라마인 이 영화에서 마침내 아버지와 화해하고 서로를 받아들인다. 헨리의 아내 프랜시스는 제인이 12세 때 자살했는데 자살 이유는 헨리의 바람기 탓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제인과 그의 동생으로 역시 배우인 피터(60)와 아버지간에는 늘 감정의 앙금이 적체돼 있었는데 ‘황금호수 위에서’는 폰다 가족의 대화합의 역할을 했다. 헨리는 이 영화로 사후 오스카 주연상을 받았다.

현재 10대 임신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제인 폰다는 자기는 이제 인생 드라마의 3막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3막은 내 목소리를 찾는 것”이라며 “그것은 내가 누군가와의 관계를 떠나 또 내가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려 하는 것을 떠나 나 자신만의 진실한 나를 찾게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변신의 천재 제인 폰다의 인생 3막에서의 모습이 과연 어떤 것일지 자못 궁금하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