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부 각주 스키장들, 연중무휴 영업으로 전환
희고 폭신폭신한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서부의 스키장은 해마다 겨울이면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모이지만 여름이 돼서 그 눈이 모두 녹고 나면 도무지 쓸모가 없는 곳이 되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로키산맥 및 다른 곳의 유원지들이 스포츠와 문화 행사를 복합하여 여름에도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유타주 파크 시티의 관광국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션 스틴슨은 "유원지가 일년에 4개월 일해서는 수지를 맞추기 힘들죠. 가게에 수입은 없는데 렌트만 내고 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요"라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키장들은 90년대 중반, 마운틴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이 산 정상까지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스키 리프트를 가동함으로써 처음 여름 장사 길을 텄다. 그 이후 여름 비즈니스는 확대 일로를 걸어 패러글라이딩, 열기구타기, 프리즈비 디스크 골프, 마운틴 스쿠터, 플라이 피싱, 말타기, 음악 및 무용 페스티발, 연주회, 어린이 캠프등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니버시티 오브 유타에서 박사과정중인 캐나다인 개리 에이튼은 여름철엔 너무 더운 솔트레이크 시티를 떠나 파크 시티로 와 트레일을 따라 마운틴 바이크를 타며 지낸다. 파크시티 주민 민디 딜리온은 파크 시티를 가로 질러 근처 디어 밸리까지 이어진 트레일이 아주 교묘하고도 멋지게 만들어졌다고 감탄한다. 하루에도 서너시간씩 거의 매일 이 트레일을 자전거로 달리는 딜리온은 "옛날에는 이 지역 사람들만 다니던 곳이었는데 요즘은 각계각층, 남녀 노소들을 모두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지역 자전거 가게들의 도움을 얻어서 이 지역 2개 스키장은 지난 5년 사이에 100마일 이상 이어지는 트레일을 건설하고 그 지도도 마을 곳곳에 비치해뒀다.
그러나 여름 관광객들이 모두 자전거만 타러 오는 것은 아니다. 희한하게도 출장오는 사람들도 많다. 스키장의 사시사철 푸른 하늘과 갖가지 오락거리 및 매력적인 비수기 가격에 이끌려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컨벤션이나 기타 특별 이벤트들을 산중에서 갖기 시작한 것이다.
육체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걱정할 것이 없다. ‘아스펜’에서는 51년동안 해마다 클래식 뮤직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으며 ‘선 밸리’에서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카타리나 빗과 기타 스타들이 출연하는 아이스 쇼도 열린다. 또 무용 공연, 심포니, 재즈 컨서트들도 얼마든지 있다.
이렇게 가짓수는 많지만 여름 장사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겨울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이미 29년전부터 여름에도 비즈니스를 시작한 ‘스노버드’의 세일즈 및 마키팅 디렉터인 데이빗 필즈는 말한다. 스키장 입장권, 대여, 스키 스쿨, 숙박 및 식당 수입이 연간 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빈방도 많아 손님들은 겨울 숙박료의 반정도만 내면 된다. 그래도 유타와 콜로라도, 아이다호, 와이오밍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여름이 크로스 마케팅으로 여름 손님들을 겨울에도 오게 만들기에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이번에 출장으로 파크 시티를 찾은 존 범은 "우리는 겨울에도 올거예요. 아이들에게 스키를 타게 하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은 모험을 좋아하니까 여기가 안성맞춤이예요"라고 말한다.
또 연중 영업을 하면 직원 및 전문인력들을 봄철에 레이오프 시켰다가 가을에 다시 고용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보유할 수 있어 유원지 측에 이롭다.
그러나 아이다호의 ‘선 밸리’나 와이오밍의 ‘잭슨 홀’ 같은 유원지는 여름이 사실 가장 손님으로 붐비는 때라고 말한다. "우리가 조금 앞서가는 것 같다"는 선 밸리 유원지의 마케팅 및 홍보 담당 디렉터 잭 시바치는 "우리는 1937년부터 영업했는데 6년전부터 여름 장사가 겨울 장사보다 더 나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발 6000피트로 다른 경쟁 스키장들보다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이 곳은 가족들이나 야외 스포츠 팬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는 것.
잭슨 홀의 경우 인근의 그랜드 티튼 및 옐로스톤 국립공원 덕분에 손님들이 모인다. 그랜드 티튼에서 겨우 3마일, 옐로스톤에서는 50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이곳의 홍보담당 앤 올슨에 다르면 잭슨 홀에는 겨울에 15만명이 모이는데 비해 여름에는 3백만명이 방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원지들에 연중무휴로 사람들이 모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파크시티의 경우 이름에서 ‘스키장’이란 말을 빼버리고 대신 ‘산장’으로 바꿨다. 누구든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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