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양한인 여자복서 킴 메서
▶ 8월 5일 서울 코엑스 특설링
인간의 운명에 대한 잔인한 실험이란 말 이외에는 갖다부칠 수식어가 궁한 한인 입양소녀 킴 메서의 삶. 그 험난한 34년을 증명하듯 킥복싱 세계챔피언으로 사각의 링을 호령하다 프로복싱으로 전향해 다시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그녀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한국을 찾아간다. 주먹여왕 등극을 위해서다.
킴 메서(8승1무2패, 3KO)는 오는 8월5일 서울 강남 코엑스 특설링에서 공석중인 세계여자프로복싱(IFBA) 주니어 플라이급 세계타이틀을 놓고 일본의 유미 다카노(28·9승3패, 1KO)와 물러설 수 없는 펀치대결을 벌인다.
현재 워싱턴주 시애틀에 살고 있는 킴 메서는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의 나라 팬들앞에 선다는 설레임을 안고 매일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 3번 모두 5시간씩의 맹훈련을 하고 있다.
7월말쯤 한국행, 반드시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에 불타며 더 뛰고 더 치며 두 주먹을 갈고 닦고 있다.
여자로서 차마 감당하기도 힘들고 언뜻 이해하기도 어려운 그녀의 주먹인생, 그것은 엄마앞에서 아빠앞에서 한창 재롱을 피우고 응석을 부려도 모자랄 세 살때 서울역앞에 버려져 울부짖으며 이미 예고됐는지도 모른다. 그녀를 입양한 잔과 말리스 샌포드 부부가 피아노와 발레를 가르치며 곱게 키워냈지만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파이터(Fighter)의 운명’은 결국 피할수 없는 것이었다.
킥복싱 지망생이었던 남편을 만나 킥복싱을 배우게 된 킴 메서는 지난 92년 여름 세계 타이틀에 도전하는 데일 베이키라는 선수와 스파링을 할 기회를 우연히 잡으며 킥복서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스파링에서 베이키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은 킴 메서는 프로모터의 뜻에 따라 그 선수 대신 일본행 비행기를 타게된 것.
킴 메서는 결국 92년 7월18일 도쿄돔에서 데뷔전 겸 타이틀전을 치렀고 세계 챔피언의 손에 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데뷔전서 챔피언의 머리에 킥을 적중시킨 것은 "신인 농구선수가 마이클 조단과의 맞대결서 덩크슛을 터뜨린 것과 같다"는 전문가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이같은 호평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킴 메서는 그후 WKA(세계 킥복싱 협회), ISKA(국제스포츠 가라데-킥복싱 연맹) 등 3차례 챔피언에 오르며 세계 최정상급 여성 파이터의 위상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여자 킥복싱에서는 3차례 챔피언에 올라도 큰 돈을 만질수 없는 일이었다. 킴 메서는 스포츠전문방송인 ESPN2와 폭스 채널 이벤트에 자주 등장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피땀을 흘린 그녀몫의 파이는 프로모터·매니저 등 ‘양복입은 신사들’의 몫에 비해 보잘 것 없었다.
킴 메서가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시애틀 인근 레스토랑에서 파트타임 웨이트레스로 일을 해야 했던 것도, 지난 96년 킥복싱 챔피언벨트를 미련없이 벗어던지고 ‘오직 복싱’의 길로 돌아선 것도, 결국 돈때문이었다.
그 이전 쌓아놓은 명성덕분에 킴 메서의 ‘새생활’의 첫걸음은 어찌보면 행운이었다. 바로 그해 6월 WBIF(여자복싱국제연맹) 주니어 플라이급 세계 챔피언인 독일의 레지나 할믹을 상대로 데뷔전 겸 세계타이틀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가시 돋친 행운이었다. 할믹을 신나게 두들기다 끝을 알리는 공 소리를 들은 킴 메서는 득의양양 두팔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링도 독일땅, 관중도 독일사람. 체육관이 떠나갈 듯 할믹을 연호하는 함성소리에 평정을 잃었는지 심판들은 할믹의 손을 들어줬다. 다음날 독일신문들조차 혀를 찬 1대2 판정패. 킴 메서도 그때 "나도 언젠가는 내 민족의 성원속에 싸우고 싶다"는 뼈저린 소망을 간직하게 됐다고 술회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울분섞인 아쉬움을 안고서 주먹아 부서져라 샌드백을 두드리던 킴 메서에게 한국에서의 빅매치 희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본지 12월16일짜 기사를 보고 한국 프로모터들이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그녀는 꿈에 그리던 한국에서의 타이틀전을 "얼굴도 모르는 엄마가 준 선물"이라며 "통쾌한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