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다운타운 빌딩내 식물 관리 전문 ‘플랜트 레이디’
거대한 시내의 붐비는 사무실 건물을 헤치며 ‘플랜트 레이디(plant lady)’는 조용히 움직인다.
가볍고 부드럽게, 또 빠르게 그녀는 소란스런 사무실의 움직임 속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을 주고 가지를 자르며 먼지를 닦고 스프레이를 뿌린다. 식물에게 몸을 구부릴 때마다 그녀의 가위가 빛나고 땋은 머리가 살짝 비치지만 곧 요정처럼 사라진다.
오늘날 대부분의 대형 사무실들은 그녀같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열대 식물들로 가득찬 실내 조경을 담당하기 위해 고용된 청부업자. 종종 보이지도 않고 생각되지도 않는 이들은 디자이너들이 대형 작업 공간의 칸칸 구석과 틈에 메마르고 스트레스에 휘몰리며 자아가 박살나는 불쌍한 현대인들의 영혼을 완화시키기 배열해 놓은 식물을 돌본다. 단순노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플랜트 레이디’가 입을 연다면 그것은 잠깐의 기분좋은 인사, 특정 식물의 상태에 대한 질문이나 사무실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거주자의 바램 정도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대부분 침묵 속에서 일한다.
그러나 똑똑하고 돈 많은 변호사들, 과다하게 일하는 비서들, 강력한 법인의 대표들 등 일부 사무실 사람들은 마치 휴식을 찾는 것처럼 그녀를 돌아본다. 잠깐 동안 바쁘지 않은 순간이면 이들의 뇌는 하드드라이브에서 빠져 나와 켄샤 야자, 옥수수 나무, 발포어 아랄리아스와 백합, 금빛 포토스, 파이커스 등 자신의 중요한 세상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곳으로 옮겨간다. 아니면 그저 그렇게 보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의 신비할 정도로 기이하게도 ‘플랜트 레이디’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통행은 놀라운 효과를 가진다.
40세의 네바 아일라는 버지니아 알링턴 소재 작은 식물 서비스 회사 ‘내추럴 인테리어’를 8년간 공동 소유하고 있다. 다른 두명의 파트너가 판매와 사무처리를 맡는 반면 네바는 밖으로 나가 식물 돌보기를 즐긴다.
네바는 "그저 식물을 돌보는 것이 만족스럽다"며 "식물이건 어린이건, 혹은 동물이건 무언가를 돌보고 살아있도록 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연결된 끈을 느낀다"고 말했다.
네바는 자기가 일하던 회사가 다른 회사에 매입된 후 동료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조그만 알링턴 온실에서 열대 식물과 2주에 한번씩 바뀌는 꽃을 빌려주거나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일을 하는 이 회사, 내추럴 인테리어는 매주 플로리다로부터 식물을 들여온다.
파트너인 칼 위버그와 셸리 위트도 네바처럼 사람들이 식물과 나누는 진한 관계에 관심을 가진다. 자기들도 전문 ‘플랜트 피플’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같은 특별한 매력을 느껴온 것일지 모른다. 칼은 "어떤 사람이 쓰레기통에서 식물을 발견하고 불쌍하다고 여겨 구하고 싶어한다. 식물이 마치 사람같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가 식물을 버릴 때 식물을 위해 싸울 것이며 죽은 것들을 살려 기르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바 역시 "식물이 죽은 후 내다 버리며 슬퍼하지 않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인정했다.
20파운드의 물과 장비를 든 채로 네바는 풀과 꽃을 점검한다. 모든 식물을 돌보고 고치려면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그녀는 물통 두 개, 가위, 깃털 먼지털이, 다듬기 가방, 그리고 곤충용 스프레이 한병을 들고 다닌다. 그녀는 100군데의 사무실과 직장, 아파트 빌딩, 호텔 로비 등을 다니는데 하루 종일을 보낸다.
그녀는 보통 각각 사무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지만 가끔씩은 소리 없이 들어가 일하고 나온다. 사람들이 그녀를 반기며 인사를 던지기도 한다.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여인은 그녀에게 "볼때마다 너무 반가와요. 당신은 내가 하루를 보내는 동안 만나는 유일한 행복한 사람이예요"라고 말해줬다. 사실 지난 주에 네바는 과히 행복하지 못했다. 알레르기가 있어서 약을 먹은 탓에 몸이 지치고 아프기 때문이다. 천식 기운도 조금 있다.
네바는 일하러 가며 셀률러 폰으로 대화한다. "요즘 사람들은 주변의 자연과 접촉을 잃는 경향이 있어요. 슬픈 일이죠. 마치 살아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데도 그들과 말하지 않는 것 같아요"
"첫 새싹이 돋고 꽃이 피기 시작하며 추운 우울함이 사라지는 봄에 나는 삶의 숨결을 느끼고 내자신에게 ‘그래! 또 다른 겨울을 이겨냈구나’하고 말해요.
그러면 자연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기분이 들지요."
"길을 운전하고 가면서 녹색을 보고 나무로구나, 분홍색을 보고 꽃이구나 하면서 멈추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예요. 걸어가 냄새도 맡고 만져 보고 이들을 알아보면 또 다른 느낌이 오죠.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인생을 사는 것이 다름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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