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쿠퍼가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흑백명작 웨스턴 ‘하이 눈’(52·사진)이 TBS-TV에 의해 신판으로 만들어진다. ‘하이 눈’은 오는 8월 방영을 목표로 지금 캘거리에서 촬영중인데 쿠퍼가 맡았던 보안관 윌 케인역은 탐 스케릿(‘탑 건’ ‘콘택’)이 맡았다.
스케릿은 에미상을 받은 연기파이나 과연 그가 쿠퍼의 명연기를 재연해 보일 수 있는지 그리고 이 TV영화가 원작의 숨막히는 긴장감을 다시 한번 조성할 수 있는지는 큰 미지수다.
TBS가 ‘하이 눈’을 신판화하는 것은 원작의 명성을 이용해 시청률을 확보하자는 뜻에서인데 웨스턴의 바이블 같은 영화를 새로 만든다는 것은 자칫하면 영화에 개칠한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 그런데 ‘하이 눈’은 숀 코너리 주연의 외계 액션스릴러 ‘아웃랜드’(81)로 장르를 바꿔 다시 만들어진 바 있다.
클래식 영화의 신판 제작은 비교적 위험부담이 적어 영화사나 TV가 자주 이용하고 있는데 쇼타임 TV는 지난달 핵의 위험을 경고한 흑백명작 ‘그날이 오면’(59)을 다시 만들어 방영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9일 개봉된 나쁜 영화 ‘60초만에 사라져’와 오늘 선을 보이는 액션물 ‘샤프트’도 각기 동명영화의 신판들이다.
할리웃은 영화 초창기부터 성공한 영화의 신판을 즐겨 만들어왔다. 한번 효력을 발생한 것은 또 한번 신통력을 낼 수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관행으로 영화사들은 한번 성공한 영화의 내용을 인물과 장소와 시간만 바꾼 뒤 다시 제작, 돈 놓고 돈 먹기식의 장사를 하고 있다.
클래식 영화의 신판은 그 질이 첫편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지만 종종 신판이 원작보다 더 나은 영화들도 있다. 메리 애스토가 나온 ‘스타 탄생’(37)도 좋은 영화지만 주디 갈랜드가 나와 노래하는 신판(54)이 훨씬 낫고 신판 ‘쇼 보트’와 ‘그랜드 호텔’(신판 제목은 ‘왈도프에서의 주말’)과 ‘케인호의 반란’ 등도 모두 오리지널의 내용을 보다 폭넓게 개발하고 또 향상시킨 것들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스타 탄생’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주연으로 1976년에 다시 한번 신판 제작됐었다.
무성영화의 걸작이 토키 신판으로 제작돼 원작보다 더 히트한 영화로는 ‘조로의 마크’(40)가 있다. 타이론 파워의 펜싱 솜씨가 멋있는 이 영화는 더글러스 페어뱅스 주연의 동명영화의 신판이다. 조로 얘기는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조로의 마스크’(98)로 다시 제작돼 역시 히트했다.
또 무성영화 ‘벤-허’는 1907년 처음 제작된 뒤 1926년 라몬 나바로 주연의 대하 서사극으로 신판 제작돼 빅히트를 했는데 이것은 1959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에 의해 다시 만들어져 오스카상을 11개 받았었다.
영화사들은 신판 제작때 자주 당초 드라마를 코미디나 뮤지컬로 또 느와르를 웨스턴이나 뮤지컬로 장르를 고쳐 만들고 있다. 코미디 러브 스토리를 뮤지컬화해 히트한 영화로는 프랭크 시나트라, 그레이스 켈리, 빙 크로스비가 나온 ‘상류사회’(56)가 있다.
이 영화는 케리 그랜트, 캐서린 헵번, 지미 스튜어트가 공연한 ‘필라델피아 스토리’(40)의 신판. 또 역시 스튜어트가 나온 로맨틱 드라마 ‘모퉁이의 상점’(40) 역시 뮤지컬 ‘즐거웠던 옛여름’(49)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이야기는 탐 행스와 맥 라이언 주연의 ‘편지 왔어요’(98)로 다시 신판 제작된 바 있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36)은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61)로 모습을 바꿔 빅히트를 했다.
할리웃이 외국영화를 수입해 신판 제작, 히트한 것 중에는 잉그릿 버그만이 오스카 주연상을 탄 ‘개스등’(44)과 샹송가수 모리스 슈발리에가 오스카 명예상을 받은 ‘지지’(58)가 있다. ‘개스등’과 ‘지지’는 각기 동명의 영국과 프랑스 영화가 원전이다. 또 샤론 스톤이 나온 졸작 스릴러 ‘디아볼리크’(96)도 동명의 프랑스 고전 걸작의 신판이다.
일본의 아키라 쿠로사와 감독의 작품은 세편이나 미국영화로 만들어졌다. ‘7인의 사무라이’는 웨스턴 ‘황야의 7인’(60)으로, ‘요짐보’는 스파게티 웨스턴 ‘황야의 무법자’(64)로 그리고 ‘숨겨진 성채’는 ‘스타 워즈’(77)로 각기 탈바꿈됐었다.
같은 감독이 자기가 만든 영화를 다시 감독한 경우도 있다. 라울 월쉬는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갱영화 ‘하이 시에라’(41)를 웨스턴 ‘콜로라도 땅’으로 그리고 프랭크 캐프라는 ‘1일 숙녀’(33)를 ‘주머니에 가득찬 기적’(61)으로 각기 다시 한번 만들었다.
원작과 신판에 모두 주연한 배우로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클라크 게이블. 그는 동남아를 무대로 한 드라마 ‘홍진’(32)에서 창녀 진할로와 정열을 불사른 뒤 이 영화의 무대를 아프리카로 옮긴 ‘모감보’(53)에서는 에이바 가드너와 노염을 불태웠었다.
할리웃은 앞으로도 계속 신판을 만들 예정인데 ‘말썽꾸러기 천사들’ ‘벨보이’ ‘밀드레드 피어스’ ‘나의 아내는 마녀’ ‘의혹’ ‘네날개’등이 그 후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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