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 출전한 남자선수들의 면면을 한 번 살펴 보라.
얼핏 보면, 미국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맨 꼭대기에는 1번 시드를 배정 받은 전년도 챔피언이자, 장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될 것으로 보이는 안드레 애거시가 있다.
아래쪽에서는 역시 장차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되는 피트 샘프라스가 2번 시드를 배정 받았다.
이들 두 사람, 샘프라스와 애거시는 지난 90년대 동안, 세계 남자테니스 계를 호령해 온 양대 산맥이다.
이들 두 사람이 따낸 그랜드 슬램 타이틀만도 18개에 달했다. 여기에다, 90년대에는 마이클 챙, 토드 마틴, 그리고 최근 은퇴한 짐 쿠리어 등 기라성 같은 미국 남자 테니스 스타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렇게 장미 빛만은 아니라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번 프랑스 오픈에서 시드 배정을 받은 선수는 애거시와 샘프라스가 고작이다. 나머지, 8명의 미국 선수들의 대부분은 24세 이상으로 노쇠기에 접어들었다.
전미 테니스협회 간부들도 이 같은 위기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탁월한 신예들의 출현에 크게 고무되어 있다. 특히, 세계 주니어 부문 랭킹 1위인 플로리다 보카 래톤 출신 앤디 로딕은 단연, 미국 테니스 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17세의 로딕은 지난 3월 프로로 전향했다.
전미 테니스협회는 지난 3년간 미국 남자 테니스 중흥을 위한 일련의 프로젝트를 꾸준히 실행해 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 내에서 소규모 프로대회의 숫자를 크게 늘임으로써, 주니어 테니스 시스템을 활성화시켰다. 또, 프로 테니스 코치들이 주축을 이룬 종합적인 지역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물론 좋은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해서, 곧 바로 샘프라스나 애거시 같은 최고의 선수들이 배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페인이나 스웨덴의 예에서 보듯, 잘 구축된 시스템은 수많은 기량 있는 꿈나무들을 발굴해 낼 수 있다.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아직도 미국의 테니스계 저변이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넓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테니스에 참여하는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8년이래 세계 톱 랭킹에 진입하는 미국 남자선수들의 수는 계속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
예를 들면, 88년 U.S. 오픈에서는 96명의 출전 남자선수 중 48명이 미국선수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미국 선수들의 비중이 그 때에 비해 20%나 감소되었다.
한 마디로, 이 기간 동안 미국의 테니스 육성책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해 왔다는 명확한 반증이다.
국가적 차원의 테니스 진흥정책 실시는 70년대 유럽국가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먼저, 이탈리아가 최초로 국립 테니스 스쿨을 개교시켰다. 그후, 독일, 스웨덴, 체코, 스위스, 스페인 등 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대대적인 테니스 진흥정책을 펼친 끝에 일대 진전을 이루었다.
특히, 스페인은 세계 톱 랭커들을 양산하는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비록 지난 시즌, 알렉스 코레차와 카를로스 모야가 부진하기는 했지만, 1999년 말 현재 스페인은 세계 100위권 내에 12명의 선수들을 진입시켰다. 이는 미국보다도 한 명이 더 많은 수치다.
스페인의 성공 비결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꼽힌다.
우선, 조기에 풀타임으로 테니스에 전념하는 인구가 미국에 비해 현저히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코레차나 최근 프랑스 오픈에서 16번 시드를 배정 받은 신예 후안 페레로 같은 선수는 10대 중반부터 대회를 통하여 실전경험을 쌓아왔다.
이 같은 현상은 남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칠레의 마르셀로 리오스나 브라질의 구스타보 쿠에르텐 같은 남미 선수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10대 중반에 전업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는 인구는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미국의 십대들은 대부분 테니스를 즐기는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전미 테니스협회는 협회 대회의 숫자를 1993년의 46개에서 올해에는 100개로 확대시켰다.
지난 3년간 국제 주니어 테니스 대회도 8개에서 13개로 확충시켰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중요한 사실은 더 많은 풀타임 코치들을 각 지역에 파견한다는 점이다. 이로써, 10대의 테니스 꿈나무들이 적기에 올바른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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