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명의 소녀는 긴 머리에 빛나는 화장, 반짝이는 교정틀이 보일 정도로 활짝 웃는 미소로 사진을 찍는 동안 장시간 기운차게 뛰어다녔다. 그러나 휴식시간에 의자에 푹 꺼지듯 주저앉은 브리타니 라우쉬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혈당 레벨이 너무 높은 것을 발견한 이 캘리포니아주 코스타 메사 출신의 13세 소녀는 한숨을 쉬며 허리띠에 맨 삐삐 사이즈의 펌프를 사용해 복부로 인슐린을 투입했다.
’펌프 걸스(Pump Girls)’. 미국에서 적어도 113만명의 아동들이 앓고 있는 청소년 당뇨병 환자 대표라고 봐도 되는 아이들이다. 많은 아이들에게 이 진단은 엄격한 식이요법과 하루 몇차례의 주사, 순환계 손상, 시력 감퇴, 수족 손실에 이르는 부작용의 위협을 의미한다.
남가주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는 이들 펌프걸들은 무대 위에서는 일치된 안무와 소년들, 사랑, 갈망, 로맨스, 꿈의 추구에 관한 노래로 완벽하게 하모니를 이루며 무대를 빛내지만 이 노래들은 사실은 ‘타입 1’, 즉 인슐린 디펜던트 당뇨를 가진 청소년들에게 발생한 아주 좋은 일, 다시 말해 1980년대 초기에 발명되어 엄격하게 규제받는 음식 섭취와 피하주사를 대체한 ‘인슐린 펌프’의 발명을 축하하는 것이다.
샌 후안 카피스트라노 출신의 펌프걸 콜린 코트렐(14)은 "정말 놀랍다"고 그녀의 펌프 ‘미니메드 모델 508’을 설명한다. "주말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늦도록 자는 것인데 펌프 덕분에 특정 시간에 일어나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너무 좋다. 또 먹고 싶을 때면 언제나 먹을 수 있고 주사를 맞을 필요도 없어서 아주 자유롭다"고 말했다.
네명의 평범한 소녀들이 어떻게 해서 롤 모델이 되었고 바야흐로 대중적으로도 성공할 찰나를 맞았는지는 헐리웃에서만 가능한 종류의 이야기이다. ‘스파이스 걸스’가 한창 인기를 끌던 2년전 어느 날 저녁, 브리타니와 친구들은 당뇨 청소년 캠프에 참가해 참가자들을 위한 단막극용 노래와 의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소녀들은 스파이스 걸스 만큼이나 새로 나온 인슐린 펌프에 대해서도 열광해 있었기 때문에 그룹 이름은 너무나 자명했다고 샌타 마르가리타 출신 15세 소녀 사라 크론스테트는 회고했다.
그날 관람객중에는 오렌지 카운티 어린이 병원의 파트너인 ‘어린이-청소년 당뇨 연구와 교육 재단(PADREF)’의 디렉터인 재키 타이크먼도 있었다. "아이들은 아주 잘했고 나는 음악계에 인맥이 있었다"고 말하는 타이크먼에 의해 이 10대들은 곧 헐리웃 레코드 제작자 H.B. 바넘에게 오디션을 위해 보내졌다. 이들이 리틀 스타사와 레코드 계약을 맺기 훨씬 전부터 음성 코치, 매니저, 공연 예약이 시작됐다.
이제 코트렐, 크론스테트, 라우쉬와 펌프걸의 새 멤버인 미드웨이 출신 12세 짜리 사라 앤 캐리는 당뇨병 청소년들을 격려하고 일반인들에게 환호를 받으며 한달에 두세번씩 전국을 가로지른다. 크론슈테트는 "너무 신나는 일이다"라며 "내가 이렇게 되리라곤 꿈에서도 상상해보지 못했다"고 흥분을 표현했다.
연습과 함께 이들의 실력은 향상됐고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TV 뉴스 매거진 ‘엑스트라’에도 출연했고 CNN도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펌프걸스는 지난해 마지막날 뉴저지에서 열린 청소년 밴드 영스타운 콘서트의 오프닝을 맡아 8,000명의 팬앞에서 공연했다. 최근 몇주간은 플로리다, 코네티컷과 텍사스에서 연주를 마쳤고 6월 10일에는 디즈니 채널의 새로운 음악 장기자랑 프로그램 시리즈 "2시간 여행"에서 펌프걸이 자세히 소개될 예정이다. 이 시리즈의 공동 프로듀서인 존 왓킨스는 이들이 매우 총명하고 활기찬 그룹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 쇼에는 12~23세 예술가들이 출연하므로 어린 축에 속하지만 그 열정은 대단합니다"
어린이 당뇨병 환자들은 빨리 자란다고 코트렐은 설명한다. 그녀는 7살 반이었을 때 굉장히 말랐었고 머리도 빠지고 있어 부모는 암에 걸린 줄 알았었지만 8일간 입원해 있는 동안 당뇨병 진단을 받고 스스로 주사 놓기 등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배워야만 했다.
주사요법으로 혈당치가 너무 높거나 너무 낮게 오르락 내리락하는 전형적인 합병증세를 다스려야했던 코트렐은 적어도 두번 정신을 잃은 적도 있다. 그녀는 계속 잠만 잤고 깨어날 수가 없었던 적도 있다. 지금도 ‘다시 잠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할 정도지만 인슐린 펌프가 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펌프걸스의 팬들은 대부분 그들과 같은 10대의 타입 1 당뇨병 환자들이다. 모든 청소년들은 가끔씩 용기를 잃고 외로워 하지만 그 때문에 특수 섭생요법을 게을리하는 이 또래 당뇨병 환자들은 위험에 직면한다. 그러므로 펌프걸스와 같은 ‘롤 모델’들은 당뇨병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LA어린이 병원 내분비학자 린다 피셔는 강조한다.
물론 음악도 중요하다. 그러나 펌프를 마치고 의자에서 일어나 춤연습으로 돌아가며 라우쉬는 "우리가 스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단지 아이들에게 ‘당뇨때문에 너의 목표로부터 멀어지지 말라’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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