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주 소노라 사막지대에는 매일 탈수상태에 빠진 수 천명의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땅을 향해 찾아든다.
그러나, 이들이 요행히 국경수비대의 눈을 벗어난다 할지라도, 또 하나의 장애물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다. 총으로 무장한 목장 주인 로저 바넷이 그 주인공이다.
57세의 바넷은 자신이 소유한 목장으로 통하는 남부 국경지역의 방비를 스스로 수행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그를 요주의 인물로 간주하지만, 그 지역의 일부 목장 소유주들은 바넷을 자신들의 든든한 수호천사로 인식한다.
분노에 가득 차서 무장을 한 바넷은, 미국-멕시코 국경선에 인접한 자신의 2만 2,000에이커 넓이의 목장 내에서 맞닥치는 불법 이민자들을 전원 체포한다.
어느 주말에는 174명을 체포하여 국경수비대에 인계하기도 했다. 지난 2년간 그가 체포한 불법이민자만도 수천 명에 달한다.
"나는 필요하다면, 그들을 사살할 용의도 있다"
바넷은 서슴없이 말한다.
남부 아리조나에서 미국 국경수비대가 체포한 불법 이민자들의 수는 지난 1996년 이후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4월 25일까지 일년 간 체포된 불법이민자 수가 36만 3,483명에 달했다.
특히, 인구 1만 5,000명에 불과한 시골타운 더글러스에서만, 지난 일년 새 17만 490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체포되었다. 이로써, 더글러스는 졸지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불법 이민자들의 관문이 되었다.
그러나, 사실은 체포된 불법 이민자 수 보다 감시의 눈을 피해 미국으로 무사히 진입하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연방이민국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불법이민자 수는 약 500만 명으로서, 전 인구의 2%를 차지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많은 목장 소유자들이 점차 바넷의 예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총기로 무장을 하고 순찰을 돌다가 불법 이민자들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때로는 경고 및 위협사격을 가할 때도 있다. 지난 3월에는 목장 안에서 잠자던 한 불법이민자가 랜치 소유주의 총에 맞고 투산 병원에 후송된 일도 있었다.
아리조나 주 멕시코 영사관에는 이와 관련된 많은 인권침해 사례들이 접수되고 있다.
멕시코 영사 미구엘 에스코바에 따르면, 그런 사례들의 절반 정도는 바넷과 관련된 케이스들이다. 그 중에는 바넷이 불법 이민자를 추적하면서, 자신의 목장을 벗어나 하이웨이에서 체포를 시도했다는 제보도 들어있다.
한편 ‘네이버후드 랜치 워처’라는 민간인 단체도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민간차원의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 단체는 사이렌, 수색견, 적외선 카메라 등 각종 감시도구들을 활용한다. 바넷 자신은 이 단체와 상관없이 독자적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보다 강경한 감시활동이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한다.
그러나, 바넷의 엄격한 감시활동에 대해서는 멕시코 정부 뿐 아니라, 심지어 더글러스 시장 레이 보레인도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는 미국 국경수비대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민간인 인간사냥꾼들의 동태에 대해 "큰 우려를 느낀다"고 말한다.
원래,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의 주요 관문은 지금까지는 엘파소나 샌디에고 같은 국경 인접도시들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들 도시 주변에 대한 국경수비대 감시활동이 대폭 강화되면서, 이민자들은 발길을 시골지역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이 때, 불법 이민자들이 선택한 대안지역이 아리조나의 소노라 사막지대였다.
하지만 소노라 사막의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외곽은 모두 철조망으로 둘러져 있고, 보이는 것은 황량한 황야뿐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소노라 사막은 도보통과가 불가능한 죽음의 땅으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막건너 축복의 땅을 동경하는 멕시코인들은 한 때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이 사막을 통과하는 모험을 주저치 않는다. 그 결과, 전에는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바넷의 목장이 큰 수난을 당하게 된 것이다.
바넷의 목장에는 이들이 버린 플래스틱 물병, 음식포장지, 버려진 옷가지, 애기 기저귀 등 수천 개의 쓰레기들이 나뒹군다. 또, 사방에 불법 이민자들의 오물이 산재해 있다. 이에 대해, 카운티 셰리프 래리 디버는 이렇게 말한다.
"불법 이민자들을 가리켜 ‘환경-테러리스트들’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니, 바넷의 분노와 강경한 감시활동을 비난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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