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 전국 50개 주를 대상으로 한 자원봉사비율 조사에서 하와이가 44위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많은 하와이 주민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교회다 병원이다 자원봉사자들이 넘쳐나는 것 같은데 꼴찌에서 일곱 번째라니.
미국의 수많은 비영리 단체(NGO)도 사실상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자원봉사자는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요, 미국을 미국답게하는 근원이라고 말한다.
하와이 역시 현재 자원봉사자들이 큰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언뜻 보면 봉사자들이 넘쳐나는 것 같이 보이지만, 타 주에 비하면 아직 자원봉사자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곳이 아직 많다. 특히 정치 사회적 참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민자가 많은 한인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서로 돕는 사회적 풍토와 분위기가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하지만 각자의 현실에 바빠 주위를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누는 삶, 함께 만들어가는 한인 사회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시기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손이 필요할 때마다 품앗이를 했고, 1년 중 가장 바쁜 농번기에는 두레를 조직해 서로의 논일을 거들었다.
알고 보면 한민족만큼 남 돕는 일에 발 벗고 나서기 좋아하는 민족도 없는 것이다.
우리 조상의 상부상조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지금, 도움이 필요한 한인 단체들을 찾아봤다.
<한인양로원>
필요한 봉사: 레크레이션 지도와 청소
한인 이민 1세의 노후 대책 마련은 이민 1세기를 보낸 오늘날 한인 사회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지난 1929년, 이승만 박사가 설립한 릴리하의 한인 양로원은 하와이 유일의 한인 양로원으로 영어가 불편한 이민 1세 노인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지만 늘어만 가는 노인의 수에 비해 양로원의 공간과 수용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한인 양로원을 운영하는 윤삼실 원장의 마음은 한시도 편할 날이 없다.
양로원에서 기거하는 노인 스물 여섯 명을 한 교대조(組) 당 3명의 스텝이 돌보기 때문에 양로원의 일손은 항상 부족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인 사회 각계각층에서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고 있다는 것.
아이에아 연합감리 교회 봉사자들은 매달 양로원을 찾아 할머니들의 머리를 잘라주고, 한국 카톨릭 성당 신자들도 매달 들러 노인들과 예배를 드리고 오락 시간도 즐긴다. <1면에서 계속>
선교합창단도 정기적으로 양로원을 방문해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여흥을 돋운다.
지금 양로원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원봉사는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윤원장은, “페인트 칠과 청소 일”이라고 답했다. 인건비가 비싸 사람을 쓰는 것은 엄두도 못 내기 때문. 윤원장은 “특히 요즘은 페인트칠을 도와주실 분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비가 많은 겨울이 오기 전에 양로원 벽 페인트 칠을 마치는 것이 올해 작은 소망이란다.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시간을 보낼 자원봉사자도 충분한 건 아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많은 시간 적적하게 보내시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청소만 하고 가면 “노래는 안 부르나?” 하고 물으실 정도다. 그래서 윤원장은 “보통 자원봉사자들을 ‘개미’ 팀 ‘베짱이’ 팀으로 나눠 번갈아 가며 노인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청소를 맡아주길 청한다”며 귀한 시간을 내줄 자원봉사자를 기다린다고 전했다.
자원봉사 문의 533-3157
<코리언 페스티벌>
필요한 봉사: 본 행사 보조, 주차장 관리, 행사 후 정리 등
지난 7월 올해로 다섯번째 개최된 하와이 한국 축제(Korean Festival)를 총괄한 렉스 김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은 매년 축제 개최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자원봉사자 모집’을 꼽는다. 종일 행사인데다 수백명의 주민들을 맞이하는 행사여서 300여명의 자원봉사를 필요로 하는데, 직접 발로 뛰겠다는 이들을 모집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한국 축제에서 행사 보조 자원봉사자로 활약한 이상현씨(학생, 28)는 “코리언 페스티벌은 1년에 한번뿐인 행사지만 로컬 커뮤니티에 한국과 한인 사회를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이기 때문에 “한인 사회 전체가 합심해 축제를 준비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문의 524-7441
<맥컬리 도서관 한국어
도서 코너>
필요한 봉사: 도서 정리
지난 97년, 맥컬리 도서관 내 한국어 도서 코너가 신설됐을 때, 한인 대부분은 하와이에서도 고국의 신간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을 쌍수를 들고 반겼다.
하지만 과연 주립 도서관에 소수 민족에 속하는 한인만을 위한 도서 코너가 영속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겠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 한국어 도서 2만여권을 보유하게 된 맥컬리 주립도서관은 하와이 한인의 즐거운 지식 놀이터로 뿌리를 굳혔다.
한국어 도서 코너의 자원봉사는 주로 반납된 도서를 재정리해 서가에 꽂는 일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함께 봉사하고 있다는 주부에서 학점을 인정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학생까지, 전부 여덟 명의 자원봉사자가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나름대로 한국어 도서 코너 운영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문 대표는 향후 한국어 도서 코너의 발전 여부는 전적으로 자원봉사자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문의 973-1099
<한인회>
필요한 봉사: 사무 보조, 한인 단체 행사 지원
미국 각 주에 존재하는 한인회는 한인들의 성공적인 미국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와이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하루 20-30통 걸려 오는 한인 업소 전화번호 문의에 답하기도 하고 시민권 신청서 등의 각종 영문 서류 작성을 돕기도 한다.
일년 내내 이어지는 한인 사회의 크고 작은 각종 행사도 보조한다. 그런가하면 선거철인 근래에는 한인회 사무실이 정치인들의 단골 기자회견 공간으로 환영 받고 있다.
서성갑 한인회장은 “한인 사회의 소소한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해 자원봉사자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아무리 적은 시간이라도 함께 나눌 준비가 된 한인들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한인회는 동시에 자원봉사자와 한인 단체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매년 한인록을 발행하는 한인회는 한인 단체와 업체 현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한인회로 연락하면 적성에 맞는 단체를 추천 받을 수 있다.
특히 현재는 9월 23일에 있을 선거 도우미를 모집 중이다. 영어와 한국어가 가능한 한인으로 16세 이상이어야 한다. 자원봉사 문의 591-8984 <원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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