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들 2세미만 자녀 동반 프로그램 늘어… ‘문화 굶주린’부모들 환영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부모는 오랫동안 ‘라이언 킹’이나 ‘니모를 찾아서’ 같은 아동용 영화는 대사를 외울 정도로 몇번이고 보지만 일반 영화는 아무리 흥미있는 것이라도 비디오나 DVD로 나올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어린 자녀를 동반하는 부모에게 새로 개봉한 영화들을 감상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영화관들이 전국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로우스 엔터테인먼트, 쇼케이스 시네마스, 매드스톤 그룹 및 일부 개인 소유 영화관들이 주 1회는 2세 미만 아기들을 동반하는 부모 관객을 위한 시간으로 따로 정해놓기 시작했다. 어른의 일과 아이의 일이 확실히 구별되지 않는 요즘과 같은 가족 위주 문화 환경에서 이미 박물관, 고급 식당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다니고 엄마와 아기가 함께 하는 요가, 수영, 음악 클래스들이 널리 보급되어 있으니 영화를 함께 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지난 이 2년간 ‘릴 맘스(Reel Moms)’ 프로그램을 전국 20개 도시의 24개 극장으로 확대시킨 로우스 엔터테인먼트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존 매컬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뉴욕, 시카고, 워싱턴및 젊은 부모들이 많이 사는 도시에서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부터 액션, 스릴러까지 다양한 영화를 틀고 있는데 관객 숫자는 영화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많으면 600명도 된다. 자신도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매컬리는 두살배기 딸 제인이 태어난 후인 2001년 말, 뉴욕의 34번가 극장에서 처음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일년이면 영화를 40편씩 함께 보던 아내 호프가 출산휴가를 마칠 때까지 그 좋아하는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못했던 것을 알고 마음이 아팠는데 아내가 “영화를 어떻게 봐요? 아이를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요”라고 말했던 것이다.
요즘 그는 전국의 부모들로부터 영화 보러 갔던 이야기를 육아일기에 썼다는 이메일 메시지를 자주 받는다.
쇼케이스 시네마스를 소유하고 있는 내셔널 어뮤즈먼츠는 이 프로그램 ‘베이비 픽처스’를 작년에 본사가 있는 매서추세츠주 랜돌프의 극장 하나에서 시작했다가 이후 로드 아일랜드, 켄터키, 버지니아, 오하이오, 뉴욕의 5개주로 확대했다. 전국의 도시및 교외 지역 9개 극장에서 주로 독립 영화를 상영하는 매드스톤 체인의 경우 ‘BYOBaby(Bring Your Own Baby) 프로그램을 12월에 시작했지만 앤 아버의 경우 50~100명의 아기를 동반한 부모들이 모인다.
문화생활에 굶주린 부모는 물론 시끄러운 다른 집 아이 때문에 짜증나는 일반 관객, 어차피 극장이 텅텅 빌 시간에 조조 할인 가격을 내는 관객이 드니 좋은 극장측까지 1석3조의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중론인데, 8개월된 아들을 데리고 앤아버의 매드스톤 극장에 온 에이미 켓은 “무릎 위에 아기는 안고 있지만 입장권을 사고, 팝콘도 사서 좌석에 앉아 있으면 매우 정상인이 된 기분”이라며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1주일도 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가 시작되기 30분도 더 전부터 아이를 데리고 도착한 어머니들이 입장하면 곧 극장 안은 아기들로 가득차 보인다. 어떤 아이는 담요 위에서 기어 다니기도 하고, 어떤 아기는 엄마 품에 조용히 안겨 있기도 하지만 극장 뒤에는 기저귀 갈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늘어선다. 극장측은 테이블과 젖은 종이수건, 파우더와 로션도 제공한다. 마침내 영화가 시작되어도 장내 불은 다 끄지 않고 조금 남겨 놓는다. 부모들이 영화 보는 동안 어느새 저 멀리 기어가 버린 아이를 데려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지금 부모를 따라오는 아이들이 크는 것에 대비하여 매컬리는 ‘릴토들러스(ReelToddlers)’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지만 조금 큰 아이들은 다루기가 더욱 힘들다고 역시 비슷한 개념의 프로그램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매드스톤의 관객서비스담당 디렉터 스테이시 토지슨은 말한다. 2~5세 아동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을 정도로 활동적인데다 주의 집중 기간도 짧아 1시간반동안 조용히 앉아 있을 리가 없으며, 영화의 내용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은 2세 미만 아기 부모들을 대상으로 상영하는 영화를 외국 영화까지 포함하는등 더욱 다양화할 계획이라는 토지슨에 따르면 아기를 데려오는 엄마들에게는 ‘오사마’ 같은 진지한 영화보다 ‘저지 걸’ 같은 가벼운 영화가 인기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은 영화의 내용에 관계없이 그저 아기를 데리고 집밖으로 나올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